책소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가 김준녕 작가의 첫 SF 소설집
“한 사람이 창조한 세계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필히 마주하게 될 질문이리라. 작가는 SF라는 장르적인 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문장의 톤, 이야기의 완급조절을 단편마다 변주하며 각기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소설집에서는 블랙코미디와 사회풍자로 점철된 소설이 있는가 하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히 살펴보는 소설, 관념과 사유를 중심으로 돌진하는 소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하여 독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풍경을 절묘하게 풍자한 코미디를 보며 웃음을 짓다가도, 운명적인 비극을 뼈저리게 묘사한 문장을 마주했을 때는 가슴을 칠 것이며, 인간 문명 이후의 세계를 통시하는 놀라운 광경까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경매
팔이 닿지 못해 슬픈 짐승
망자를 위한 땅은 없다
블랙홀 뺑소니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맛과 맛 사이
빛보다 빠른 빚
뜨거운 얼음을 만드는 방법
브레인 크런치
사이버 피쉬 트럭
작가의 말
저자소개
김준녕
출판사리뷰
전에 보지 못한 다채로운 감동
사회에 대한 통렬한 시선
그리고 경이로움….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가
김준녕 작가의 첫 SF 소설집
김준녕 작가가 이 소설집에서 빚어낸 SF적 사고들은 우리의 피부에 맞닿아 있듯이 통렬하게 다가온다. 수많은 독자를 깊은 경이감으로 매료시킨 그 모든 SF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지구와는 또 다른 지구에서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며 위안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막 너머의 신이 있다면』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후 각종 매체를 통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김준녕 작가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가 출간됐다. 일찍이 『막 너머의 신이 있다면』에서 인간의 생존 투쟁이 담긴 기나긴 역사를 SF라는 렌즈를 통해 절묘하게 묘사해냈다는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김준녕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도 각종 스타일의 단편을 선보이며 서로 다른 인간군상이 다양하게 얽히는 지점과 사회의 다채로운 측면을 묘사한다.
“한 사람이 창조한 세계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필히 마주하게 될 질문이리라. 작가는 SF라는 장르적인 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문장의 톤, 이야기의 완급조절을 단편마다 변주하며 각기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소설집에서는 블랙코미디와 사회풍자로 점철된 소설이 있는가 하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히 살펴보는 소설, 관념과 사유를 중심으로 돌진하는 소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하여 독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풍경을 절묘하게 풍자한 코미디를 보며 웃음을 짓다가도, 운명적인 비극을 뼈저리게 묘사한 문장을 마주했을 때는 가슴을 칠 것이며, 인간 문명 이후의 세계를 통시하는 놀라운 광경까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얽매는 굴레에서 과연 빠져나갈 수 있을까?
유머가 뒤섞인, 현대의 부조리가 극대화된 사고실험
기술이 발전하면 사회의 수준도 그만큼 발전할까? 어쩌면 ‘맞다’고 할 수 있고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물음에서 말하는 ‘사회의 수준’이라는 것이 어떤 이념을 반영한 상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순수한 기술 발달만으로는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이룩시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현대의 첨단 기술이란, 실제로 수많은 사람의 착취를 바탕으로 이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빛보다 빠른 빚」은 부채 사회가 최대한으로 발전한 세계를 그린다. 자본주의 시장은 곧 빚과 빚을 통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개개인의 채무에 대한 안전망이 제도적으로 아예 말소된 사회라면? 개개인이 채무를 갚지 못하면 죽음을 선택할 자유마저 빼앗간다면? 심지어 그게 개인의 책임을 넘어 혈연으로 이어진다면? 미래의 첨단 기술이 부조리한 목적을 위해 개발될 시 도래할 사회풍경을 블랙 유머를 곁들여 의미심장하게 재현한다.
「망자를 위한 땅은 없다」는 온갖 우주의 외계인들이 태양계에 모여 태양이 폭발하는 광경을, 마치 오늘날의 올림픽 개막식처럼 구경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거대한 스케일은 마치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의 한 장면처럼 방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의 목적은 태양 폭발의 경이로운 풍경 묘사에 있지 않다. 바로 부동산 투기 경쟁이 전우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시대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핍과 핍의 오랜 조상들이 벌였던 땅 투기 경쟁, 그리고 핍이 살아가는 시대에 펼쳐지는 우주적 스케일의 투기를 보고 있자면 이 소설에 이런 이름을 붙이고 싶어진다. ‘부동산 스페이스 오페라’.
순수하게 과학적인 사고실험을 유머로 승화시킨 작품도 있다. 「블랙홀 뺑소니」는 어제까지 분명 존재했던 블랙홀이 사라지는 바람에 발생한 소동을 다룬다. 블랙홀을 관측하던 연구소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가 자신의 ‘고객’이 당신들의 ‘청소기’에 부딪치는 바람에 지구가 곧 멸망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블랙홀 뺑소니」는 양자역학과 관계된 유머 코드로 SF독자의 공감을 살 것이다.
기억과 관련된 미묘한 지점을 계급적 장벽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풀어낸 「경매」 또한, 사회적 부조리가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기만한, 먼 미래의 어느 날에 대한 통렬한 이야기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타자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오랜 역사적 노력.
인간이 기나긴 역사를 지나오면서도 풀지 못한 숙제는 바로 ‘타인을 이해하기’다. 어쩌면 다음 세대에도, 다다음 세대에도, 인간이 멸종했을 그 언제에도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익히지 못할 수도 있다.
「팔이 닿지 못해 슬픈 짐승」 은 전염병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전염병이 창궐한 이후의 세계에서 동거하던 두 인물을 다룬다. 비록 같은 공간에서 살았지만 너무도 다른 두 인물의 행적을 통해 인간이란 과연 동일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준’은 ‘민’의 최후를 바라보는 순간까지도, 그리고 과거의 행적을 샅샅이 알게 되면서도 ‘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전염병 창궐 이후 흔히 비인간적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자행한 이들이 더 쉽게 이해될지도 모른다.
「사이버 피쉬 트럭」 는 오랜 기간 동안 서로만큼은 이해하려고 했던 두 인물을 다룬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는 인간의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서 세계는 큰 판도로 뒤바뀐다. 이 모든 건 ‘그레이 구’라는 존재의 등장 때문이며, 이 그레이 구라는 존재로 인해 침식되어 가는 문명의 변화에 따라 두 사람이 처한 환경도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주인공 둘 자신마저도.
어딘가에서는 우리를 이해해줄 존재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표제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나를 이해해줄 이가 없다면, 다른 지구에는 나를 이해해줄 누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은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주조된,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우리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김준녕 작가가 이 소설집에서 빚어낸 SF적 사고들은 우리의 피부에 맞닿아 있듯이 통렬하게 다가온다. 수많은 독자들을 깊은 경이감으로 매료시킨 그 모든 SF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지구와는 또 다른 지구에서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며 위안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