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임진왜란(1592년) 당시, 조선 각 지역에서 일본으로 수많은 조선 사람들이 강제로 잡혀 간 역사에서부터 출발한다. 일본 각지에서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일본 사회에 한 줄기 빛이 된 조선 사람들의 놀라운 삶의 흔적을 상세하게 다룬다.
늦은 가을, 전라도 고창에서 이 책을 출판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온 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한국 사람이고, 부인이 일본 사람이었다. 이 여성이 『400년의 긴 길』 번역자다. 이 부부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어 아이들 셋이 거의 다 자랐다고 한다. 지금은 전라도 고창에서 재미있게 열심히 사는 것같이 보였다.
1994년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수상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우리 삼성출판박물관도 방문했다. 그때 무라야마 수상을 안내해 드린 코스로 이 부부도 안내했다. 안내코스 마지막은 우리 박물관 옥상이었다. 날이 참 좋았던 그날 박물관 앞의 백악산이 잘 보였다. 번역자인 일본 여성은 거짓 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로, 소위 우리가 머리로 상상하는 일본 여성과는 좀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다. 그녀가 말했던 “이 책의 내용은 조선인의 역사다.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라는 말에 나도 동의하는 것이 있었다. 겨울이 되기 전 그렇게 만났고, 봄이 다 가기 전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참으로 기쁘다. 이 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한 번쯤 읽어 보길 권한다. 이렇게 많은 조선 사람이 임진왜란에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생활하였다는 것을 안다면,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일본이 그냥 원주민만으로 구성되는 나라가 아니라, 한반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시기별로 수많은 이주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가야와 백제가 멸망했을 때도 수십만 명의 한반도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조선의 문화가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일본답다고 느끼는 일본 성곽의 기와도 임진왜란 때 잡혀간 조선 기와공의 기술이었다는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당시에 끌려간 조선 사람들의 후손은 지금도 일본에서 시루떡을 만들어 제사를 올리고 나눠 먹거나 도토리 열매를 모아 묵을 쑤어 먹는다고 한다. 아직도 한국식 짚신, 짐을 옮길 쓰는 지게, 옛날식 김치 등이 일본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그들은 조선의 생활 일부를 일본에 가져갔고, 이 책은 조선 사람의 생활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400년이나 지났음에도 그 흔적이 일본에 남아 있다니, 우리 조선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과 고단했을 일본 생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조선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억지로 끌려가 꼬여버린 인생을 살아야 했음은 우리의 아픈 역사다.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명복을 빈다.
이 책의 6장에 히데요시의 초상화를 복원한 죠텐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일본에 연행된 피로인 2세로 부친을 따라 불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주지로 부임한 절에서 우연히 낡고 오래된 히데요시의 초상화를 발견했다. 당시 히데요시의 정권은 끝난 시대였다. 훼손된 히데요시의 초상화를 죠텐 스님이 교토로 가져가 복원했다. 그 초상화가 후에 일본 역사교과서에 실린 히데요시의 대표적인 초상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죠텐 스님의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히데요시의 조선출병이 없었다면 아버지가 일본에 연행될 비운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것이 없었으면 이렇게도 고마운 불문에 들어올 일도 없었다. 그 뜻으로 슬픔과 기쁨이 반반이다.”
하긴 행복과 불행은 순간순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새옹지마(塞翁之馬).
『400년의 긴 길』의 저자인 재일동포 2세인 윤달세 씨가 이 기행문을 쓰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전반이었다고 한다. 그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엄청난 강대국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400년은커녕 4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을 봤을 때 삼라만상(森羅萬象)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역사를 잊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후손들에게 보다 좋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일본에서 살아남은 조선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의 건강한 삶을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수많은 생각들이 스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냥 일본 구석구석에 남겨진 이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문뜩문뜩 일어난다고나 할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2022년 5월 삼성출판박물관에서
김 종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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