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한국의 맛 연구회가 엮고, 2020년 한글날에 연장통이 펴낸 『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 개정판이다. 선인들의 지혜와 멋이 담긴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계승, 전수하고자 애쓰는 ‘한국의 맛 연구회’가 한국의 맛을 연구하며 여러 시대를 걸어온 길이며, 요모조모 되찾은 우리 맛을 조목조목 밝혀 기록했다. 한국의 맛을 총망라한 ‘한글조리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따르면 누구라도 한국의 맛을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어느 문자보다 우수한 한글이 있고, 여러 한글조리서가 예로부터 우리 맛을 전하고 있다. 한글은 세세하게 형용할 수 있어서 조리법이나 맛을 전하는 데도 으뜸이다. 말하는 대로 적어 놓기만 해도 충분하다. 『음식디미방』, 『반찬등속』 등 대대로 구전되는 우리 맛이 한글조리서로 남은 것은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다. 기록해 놓으면 잊어버릴 일도 없고, 잃어버릴 일도 없다. 한국의 맛 연구회가 기록에 집요한 이유다. 국적 없는 음식이 판치는 요즘에, 또한 여러 언어가 뒤섞이는 요즘에 한글조리서인 이 책은 어쩌면 실낱 같다. 이것이라도 없으면 영영 사라지는 것이다. 그만큼 소중한 책이다. 이를 아는 이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다. 개정판을 발행하는 데 서슴없는 이유다. 개정판은 온전히 흰 옷을 입은 듯하다. 백의민족을 뜻하기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정성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친환경을 우선하는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은 친환경 비도공지만 썼고, 코팅이라든가 불필요한 후가공도 삼갔다. 불필요한 생산도 삼가고자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유통한다. 당장은 다소 불편해도 건강한 환경을 되찾을 수 있다.
목차
추천의 글 1―윤서석 __ 5
추천의 글 2―김숙희 __ 7
발간의 말―장선용, 조후종 __ 9
걸어온 길-한국의 맛 연구회 30년 이야기 1989-2019
30년 이야기를 시작하며 __ 17
이천 시대 1989-2000 __ 23
남태령 시대 2001-2007 __ 33
남태령-방배동 시대 2008-2013 __ 59
새로운 미래를 응시하며 2014-2019 __ 75
되찾은 맛-한국의 맛 조리법 286선
한국 전통음식의 특징 __ 89
한국의 맛 조리법 286선 __ 99
한국의 맛 연구회 연보 __ 331
한국의 맛 연구회 임원 명단 __ 340
한국의 맛 연구회 회원 명단 __ 343
한국의 맛 연구회 서울 이전 및 창립 기금 발기인 명단 __ 351
한국의 맛 연구회 출간 도서 목록 __ 352
참고문헌 __ 359
한국의 맛 조리법 찾아보기 __ 361
저자소개
한국의 맛 연구회
출판사리뷰
『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은 ‘한국의 맛 연구회’ 모임이 시작된 지 30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연구해 온 음식들을 재정리하고자 만든 책입니다.
우리 연구회는 88 서울 올림픽 문화행사 중 「음식문화 오천년」전을 계기로 음식을 연구하던 몇 사람이 모여 강인희 선생님께 배움의 청을 드렸고, 선생님께서 쾌히 승낙해 주시어 경기도 이천 자택에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갔을 때 정돈된 장독대와 한가맛밥을 지을 만한 큰 가마솥은 우리 음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아침 일찍 회원들이 모여 재료 손질, 파와 마늘 다지기, 떡가루 손질 등 그날의 음식 준비를 부지런히 해서, 음식이 만들어지면 두레상에 모여 앉아 배운 음식을 정리하고 먹고 즐기고, 넉넉히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각자 집에 가져가 가족들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모임이 입소문을 타, 전통음식을 배워 보고자 하는 강의 신청이 급증했습니다. 회원은 대학교수, 대학원생, 가정주부, 요리 연구가, 요식업 종사자 등 다양했고, 서울과 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인천, 춘천,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천을 오가며 열심히 배웠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은 재료 선택, 손질부터 시작하는데, 제철에 나는 좋은 식품 재료를 사용해야만 참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요리경력이나 나이 상관없이 파와 마늘 다지기부터 시작해 기초를 다져야 했습니다.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습니다. 첫 회 회원들은 10여 년을 다니면서도 배워야 할 것, 연구해야 할 것들이 아직 많았는데, 2001년 1월에 갑자기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뜻밖의 부음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 회원들은 믿기질 않아 서로 재차 확인하며 이천 상가로 모여들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선생님을 이대로 보내드리고만 있을 수 없다며 뜻을 이어 가는 길을 찾아보자는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한국의 맛 연구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때 각자 형편대로 기부금을 내게 되었는데, 그때 큰 힘이 되어 준 ‘놀부 NBG’ 회장인 김순진 회원이 생각납니다. 당시 놀부집 백반상은 저렴하고 인기 있는 서민 상차림이었는데, “선생님께 강의를 듣고 배운 대로 밥상을 차렸더니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고 매출도 올랐어요”라고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렇게 준비하여 방배동에 위치한 남태령 한옥마을에 연구소를 차렸습니다. 강인희 선생님께서 하시던 강의를 이말순 선생께서 이어받아 계속했고, 그 후 수강생도 더 많아져서 수업을 듣기 위해 몇 달씩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기존 회원들은 연구반, 고급연구반 등으로 반을 꾸려 고조리서(古調理書)를 연구하고, 향토음식과 발효음식 그리고 회원 각자의 특기 음식들을 서로 나누고 연구했으며, 한국음식계의 선배들을 모셔 특별 강연도 듣곤 했습니다.
출판 사업은 선생님 생존 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우리 연구회 이름으로 출판된 책이 30여 권에 이릅니다. 대표작으로 『한국의 상차림』, 『한국의 전통음료』, 『한국의 나물』, 『건강 밑반찬』, 『발효음식』 등을 꼽을 수 있고, 동아일보사에서 출판한 『제사와 차례』는 15쇄나 출판되었습니다.
우리 연구회가 주관한 전시회도 10여 차례에 이릅니다. 김숙희 강남문화재단 이사장님의 배려로 전, 밥, 떡, 나물, 김치와 젓갈 등의 전시회를 열어 많은 관람객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전시와 더불어 소책자도 출판했으며, 일부는 영문판으로도 출판했습니다.
국제 행사로는 ‘2013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주제전시관에서 「평생의례음식」전을 우리 연구회가 주관하여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노력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통에만 매이지 않고 변해 가는 음식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우리 음식문화가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음식문화로 발전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음식을 먹는 것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자연이 가진 일부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정성되게 만드는 음식이야말로 먹는 이들에게 힘이 되고 맛도 저절로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국의 맛 연구회’ 회원들은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음식을 만들고 연구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외래 음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 음식의 참맛과 멋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심지어 하찮게 여기기까지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만,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는 우리들이 스스로 가꾸고 소중히 여기며 발전시켜서 나라의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 있는 선배들의 노력으로 지켜져 왔고, 여기에 우리 연구회도 한몫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동안 우리 회원들이 각 가정에서, 나아가 사회나 국가에서 밑거름이 되고 있는 구체적인 업적들을 이 책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할머니 음식이 너무 맛있고 좋아요” 하면서 손자가 집에 자주 온다고 자랑을 하던 한 회원과 같이, 연구회 회원 모두는 나름대로 각 가정에서 우리 음식을 지켜 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솜씨를 명품으로 키워 사업을 하는 회원들, 박물관을 운영하며 국내외로 우리 음식을 빛내 주는 회원들, 조리기능사, 조리산업기사, 조리기능장 또는 조리명장으로 활동하는 회원들,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연구소를 차려 우리 음식을 전수하는 회원들, 대학과 여러 문화센터 등 강단에서 우리 음식 강의를 하는 회원들,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에서 교민 2, 3세들에게 우리 전통음식을 전수하고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한국음식 강좌를 하는 회원들 등등 이들로 인해 우리 전통음식의 맥이 다양한 방식으로 뿌리 내리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음식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잘 극복하고 『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이라는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 열심히 채워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독자 여러분께서도 도움 말씀 많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책 출판을 위해 2년 동안 많은 고생을 하신 편집위원 여러분의 노고에 회원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책을 출간한 연장통 출판사와 도움을 준 조윤형 선생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0년 여름
초대회장 장선용, 조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