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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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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꿈꾸는 적막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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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학세계사
ISBN 9791193001479
출간일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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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주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꿈꾸는 적막』이 출간됐다. 「적요의 저 온몸이 필기체다」, 「정방사」, 「나를 그리다」, 「사리」, 「빈 유모차」, 「봄이 아프다」, 「빈집」, 「계산동 연가」 등 63편을 실었다. 해설에서 이태수 시인은 “비애나 아픔 너머의 온전한 사랑의 세계를 지향하고 꿈꾸며,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그 꿈의 세계에 이르려는 인간애와 애틋한 연민도 남다르다”고 평했다.

목차



적요의 저 온몸이 필기체다 _ 12
지리산 연리지連理枝 _ 13
동피랑 _ 14
정방사 _ 16
나를 그리다 _ 18
기억을 묻다 _ 19
화해 _ 20
홍도 _ 22
풍경 _ 24
폭염 _ 25
저녁노을 _ 26
숲실마을에서 _ 27
무섬에서 _ 28
구원 _ 29
봄비 _ 30
늦가을 _ 31



사리 _ 34
사십구재 _ 36
저녁 _ 37
햇볕 _ 38
다리 _ 40
적막 _ 41
행상 _ 42
빈 유모차 _ 43
그런 이유 _ 44
장마 1 _ 45
짧은 꿈을 만져요 _ 46
아버지 _ 48
홍역 _ 50
너와 나는 말 없어도 말이 있다 _ 52
엽서 _ 53
하얀 꽃 _ 54



봄밤 _ 58
봄이 아프다 _ 59
풀잎 _ 60
봄바람 _ 61
관계 _ 62
한낮 _ 63
소나기 _ 64
침입자 _ 65
이틀, 또는 사흘 _ 66
상처 _ 68
그날 _ 69
지퍼를 달다가 _ 70
귀가 _ 72
빈집 _ 74
긴기아 _ 76
달고나 _ 77



그늘 _ 80
첫사랑 _ 82
까보다로까 _ 84
에펠탑 _ 86
발자국 _ 87
계산동 연가 _ 88
없다 _ 89
알집 _ 90
태백산맥 _ 92
천국, 또는 지옥 _ 93
그해 겨울 _ 94
굿모닝 모텔 _ 95
화분에 물 주다 _ 96
대구라는 섬 _ 98
참 이상한 나라의 중심에 대구가 있다 _ 100

┃해설┃이태수(시인)
적막과 꿈의 서정적 변주 _ 104

저자소개

박주영

출판사리뷰

박주영은 쓸쓸하고 외롭고 상실감에 젖어 있지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자리가 포근하고 따스한 시인이다. 외딴섬과 같이 적막하고 그늘진 데서 자유롭지 않을수록 그 비애나 아픔 너머의 온전한 사랑의 세계를 지향하고 꿈꾸며,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그 꿈의 세계에 이르려는 인간애와 애틋한 연민도 남다르다.

그의 시는 다채로운 무늬와 빛깔을 띠는 것 같으면서도 그 내포에는 한결같이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려는 서정적 자아가 감싸 안고 있는 소망들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어떤 풍경이든 시인과 마주치기만 하면 그런 내면과 겹치면서 다분히 주관화되고 내면화된 풍경으로 변용되게 마련이다.

시인의 발길은 가까운 곳의 나들이로부터 산과 바다, 전국의 명승지와 해외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떠돌다 돌아와 깃들 곳은 ‘혼자 사는 집’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가까이나 멀리 가더라도 거기서 느끼거나 깨달은 마음만 데리고 돌아오게 되며, 길들어진 적막 속에서 그리 대단치도 않은 조짐과 낌새에도 위안을 얻고 스스로 위무하기도 한다.

「지리산 연리지」에서는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가 된 채 오랜 세월 한결같은 모습으로 제자리에 있는 이 연리지가 홀로된 시인에게는 ‘달근한 향내’로 다가온다. 홀로된 소외감을 꽃에 이입해 드러내 보이는 「숲실마을에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며 묘사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꽃의 소외감이 그 자체의 것이라기보다 화자의 내면 풍경으로 읽힌다.

산수유 숲속에 끼어든
매화나무 한 그루
예쁘기는 산수유에 비할 바 아니지만
사람들 눈길 빼앗겨 풀죽어 있다
샐쭉해진 꽃잎이 사람들 지날 때마다
바람을 핑계로 파르르 아양떨지만
산수유꽃이 노랗게 잡아당기는
숲실마을 맨 안쪽까지 발길이 닿는다

산수유 숲속에 갇힌 매화나무
그 어깨에 불만 잔뜩 걸친 채
바람하고만 두런두런하는 것 같다
- 「숲실마을에서」 전문

꽃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더 예쁜 매화에는 아랑곳없이 산수유꽃에만 눈길을 주는 장면을 화자의 심경을 은밀하게 투사해 들여다보며, 매화나무의 더 예쁜 꽃에 마음 끼얹으며 각별한 연민을 보낸다. 「나를 그리다」에서도 열차의 차창 너머 보이는 젊은 남녀의 밝고 맑게 다정한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앞에 어룽거리는 한 사람/오래 잊었던 그 날, 그 시간이/파노라마처럼 밀려”오게 한다. 그래서 그들 때문에 되살아난 지난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반추하게 되고, 부러운 시선으로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해도 마음속으로 두 젊은이에게 ‘화이팅’을 보내지만, 이는 자신을 향한 ‘화이팅’이기도 하다.

그 봄 끝 무렵 정방사 갔다
금수산 자락에 풍경 소리 데리고
좌정한 극락전을 오르는데
깔고 앉은 죄의 무게 탓일까
몇 칸 안 되는 돌계단도 버겁다

(중략)

부처님 앞에 엎드리니
그제야 숨소리가 가지런해진다
울울하지 말고 언제든 오라는
스님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짚는 번뜩임에
머리에 이고 온 보따리도
남김없이 풀어 놓는다
찔레 넝쿨 걸러낸 듯 가벼워지고
차 한잔에 마음 따스해진다
- 「정방사」 부분

시인은 극락전의 부처님 앞에 엎드리니 숨소리가 가지런해지고, 머리카락 한 올까지 짚을 정도로 자신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진 스님의 자상하고 너그러운 배려에 속마음까지 다 풀어놓는다. 더구나 스님의 자상한 베풂으로 무겁게 얽혔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따스해지게 된다.

시인이 외롭고 우울한 현실을 뛰어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천사의 날개는 내 가슴 높이에 있다/한껏 날아올라 본다/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한 번쯤은/튀어 올라 내려다보고 싶었다”(「동피랑」)는 비상의 꿈에 이르게 하며, 이름 모를 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적요의 저 온몸이 필기체다/벌레 한 마리 회벽 아래 기어가며/그만의 시를 쓰고 있다”(「적요의 저 온몸이 필기체다」 )고 에둘러 자신의 내면 풍경을 은유하게 하는 것 같다.

박주영 시인의 일련의 시는 더불어 살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러안듯이 자신 가까이 끌어당기는 이야기에 빈번하게 주어진다.

어머니는 뼈만 남은 고등어처럼 야위어도
우리 남매는 쑥쑥 자라면서
저마다의 시간으로 자맥질하느라
깁스한 어머니의 마음은 읽지 못했다

(중략)

어머니의 한 많은 평생이
얼마나 가팔랐을까
이젠 하늘에서 빈집을 내려볼 어머니

아, 입만 있는 것들
입밖에 없는 것들

엄마가 돌아가시던 그 날에
만져지던 그것이 사리였구나

- 「사리」 부분

이 시에서 일곱 남매가 “깁스한 어머니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는 구절과 “아, 입만 있는 것들/입밖에 없는 것들”이라는 대목은 자책으로 가슴 에이게 하는 회한의 절규다.

시인은 혈육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이나 일상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마음을 끼얹는 건 거의 마찬가지다. 「다리」에서는 탑승할 열차를 기다리며 선로(레일)를 바라보다가 저혈압으로 쓰러진 친구의 불구가 된 다리를 떠올리고,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줄곧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을 정도다.

특히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칠지도 모를 소외되고 그늘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은 일련의 시에 도드라지게 아로새겨져 있다. 세찬 바람이 부는 초봄의 담모퉁이 행상을 바라보면서 그 세찬 바람을 “저 행상의 뜨거운 심장 소리”이고 “아직도 겨울과 한통속”(「행상」)이며, “저 나뭇가지 눈 풀리는 소리/슬며시 들려주고 싶어진다//곧 사월이다”(같은 시)라고 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자리가 아름답다.

대구 수성도서관 뒷길 모퉁이에
자그마한 좌판을 깔아 놓은 할머니
상추 댓 바구니, 풋고추 두어 됫박이 전부다
오가는 사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한나절
꼬박꼬박 조는 할머니 앞에
난데없이 스타렉스 한 대가 밀고 들어온다
자라처럼 움츠려 온몸으로 좌판을 끌어안는 할머니
그 기습에 몸이 기울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놓지 않는 좌판에서 미끄러져 흩어지는 풋고추들
먼지 풀썩 날리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자동차 꽁무니를 노려보던 할머니
뭉개지지 않은 고추와 상추를 애지중지 보듬으며
─천하에 몹쓸 것
다시 쪼그리고 앉아 중얼거리는 푸념이
무심한 바람 소리에 실려 간다

적막하기 그지없는 길모퉁이다

- 「적막―어느 길모퉁이」 전문

역시 길모퉁이에 조그마한 좌판을 깔아놓고 상추와 풋고추를 파는 할머니의 가파른 세태 속의 애환을 그린 시다. 고객도 없어 졸고 있는 할머니의 좌판에 밀어닥친 자동차는 날벼락 같을 수밖에 없다. 시인은 그 장면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시인은 이 정황을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과 기층민을 향한 휴머니티를 끼얹는다. 할머니의 “천하에 몹쓸 것”이라는 말은 시인의 말로도 들리며, 할머니의 푸념이 무심한 바람 소리에 실려 간다는 대목도 세태를 향한 시인의 연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빈 유모차를 끌고(의지해) 가는 할머니가 조그마한 몸피에 등까지 꼬부라져 땅바닥이 유모차를 끌고 가며 유모차만 저 혼자 가는 것 같다고 묘사한 「빈 유모차」, 장맛비와 벼락에도 하염없이 공원 팔각정 아래 우두커니 앉아 소일하는 노인을 그린 「장마 1」도 오늘날의 노인 문제에 착안한 시로 보인다. 시인은 노인 문제 못잖게 실직하거나 하릴없이 떠도는 기층민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이른 아침 공원에
어제 본 저 사내 여전히 그 자리다
고요를 흔들어대며 부르는
노래 또한 거기다
한 많은 이 세상이 야속하다고,
야속하다고 불러대는 노래
바로 어제 그거다
엉덩이 옆에 세워둔 소주병이
장단 맞추듯 흔들리고 있다

(중략)

발화한 저 사내의 고뇌,
참 사연이 붉겠다

- 「홍역」 부분

이 시는 날마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에서 세상이 야속하다는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고 소주병을 비우는 사나이와 마주쳐야 하는 안타까움을 그리고 있다. 세상 타령의 노래와 소주로 달래는 그 고뇌(괴로움)를 유추하며 “참 사연이 붉겠다”고 표현했지만 이 ‘붉음’이 내포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시에서 “엉덩이 옆에 세워둔 소주병이/창단 맞추듯 흔들리고 있다”는 표현이 그렇듯이, 그의 시에는 이따금 해학이 곁들여져 그 넉살 이면의 슬픔이 더욱 짙어 보이게 한다.

대구 중앙초등학교 담벼락을 끼고 돌면
저만치 화랑공원 벤치에 그가 얹혀 있다
특유의 삐딱 자세,
니코틴의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꼬나문 전자담배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나는 딱, 아흔아홉 살까지만 살끼다
에고 샘요 쪼매만 더 보태 보시지예
뭐 할라꼬, 고거 마 됐다

허허허허……
호하하……

흰 구름이 웃음소리 따라 흘러간다
그 웃음소리 따라 아흔아홉 살까지 살 거라던
그를 무심한 흰 구름이 떠메고 흘러간다
- 「엽서- 문인수 시인」 전문

몇 년 전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문인수 시인과의 대화 몇 토막도 곁들여 그 특유의 모습 몇 부분을 부각하고 있다. 화랑공원은 그의 집 부근으로 자주 소일하던 곳이고, 벤치에 얹히듯이 삐딱하게 앉던 게 그의 버릇에 가까우며, 건강 때문에 이따금 전자담배를 피우던 그였다. 시인은 그의 그런 만년의 모습을 그렇게 그리고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대화는 그의 모습을 해학적이면서도 더욱 선명하게 떠올려 보인다. 경상도 사투리로 나누는 것도 그렇고 웃음소리도 그렇다. 시인은 그때 함께 웃던 웃음소리가 흰 구름 따라 흘러가고, 무심한 흰 구름이 그를 떠메고 흘러간다고 허무와 무상감을 다시 정색하며 읊고 있다.

잎보다 먼저 피는 봄꽃들은 이른 봄에 그 절정으로 치닫는 꽃들의 개화를 총질이나 폭죽 터트리기로 회화화하고 있다. 개나리, 목련, 매화, 벚꽃 등 봄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나는 봄밤을 시인 특유의 감각으로 그리고 있는 「봄밤」에서는 그 꽃들을 계절에 충실한 범법자들로 야단법석 하나의 언어로 봄밤을 아우른다고 표현하고 있다. 희화적인 표현이지만, 봄꽃들이 야단법석이어도 “나 혼자만 목마른 봅밤”일 수밖에 없다는 비애는 “안을 수 없는 봄이 내 몸을 밀어”(「봄이 아프다」)내기 때문에 커지기도 한다.

풀잎에 빗대어 자신의 내면(심중)을 표출하는 「풀잎」은 왜 혼자만 목마르고 봄이 자기의 몸을 밀어냈는지 그 까닭은 밝혀 준다. 아무도 가슴(불덩이 같은 가슴)이 얼마나 뜨거운지 모르고, 알아주며 불을 댕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이 외따롭고 시들한 삶은 “이틀, 또는 사흘이 지나도/빵(먹다 남은 빵)은 그 자리에 있다”(「이틀, 또는 사흘」)라는 대목도 여실히 말해준다. 또한 「지퍼를 달다가」에서는 아주 오래된 바지에 지퍼를 달고 마주 짝 맞춘 지퍼가 제대로 작동되는 걸 보면서 짝이 없이 살아가는 상실감이 “내 허기를 꿀꺽꿀꺽 삼키며/아, 그와 맞물려/나도 기꺼이 깊어지고 있다”는 환상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역설적 표현은 그러고 싶다는 갈망을 뒤집어놓은 말일 것이다.

언젠가 먼 곳 우듬지 나뭇가지에서
고운 소리 뽐내던 새 한 마리가
문득 기억을 가로질러 날아옵니다

그 작은 새에게 홀리고
그곳의 한적한 풍경에 다시 이끌려
석 달 열흘쯤 붙어살까 하고
꾸려 간 짐을 풀었습니다

겨우 초저녁인데 짙게 깔리는
산 그늘이 흡사 나를 끌고 가는
저승길의 광목천 같았습니다
영혼을 흔들어대는 바람 자락 같고
어이없는 날에 꾼 꿈과도 같았습니다

명쾌하지 않은 길이 내 생의
끝자락을 흔들어대는 것 같아
쫓겨나듯이 열흘 만에
두고 갔던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환한 새소리가 따라왔습니다
저 맑고 고운 새소리는
경건하고 눈부신 문장 같습니다
- 「귀가」 전문

하지만 시인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끌리는 곳에 가서 살아보고 싶어도 여의치는 않다. 한적閑寂한 풍경에 이끌려 석 달 열흘쯤 붙어살까도 생각했던 곳도 초저녁 산 그늘이 저승길의 광목천 같고 삶의 끝자락을 흔들어대는 것 같아 고작 열흘 만에 “두고 갔던 세상으로 돌아”온다. 다만 그 풍경 속의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던 새소리가 따라오고, 환하고 맑고 고운 그 새소리는 “경건하고 눈부신 문장” 같다고 여겨지게 한다. 결국 시인은 두고 갔던 세상으로 되돌아와 자신만 살지 않으면 통째 빈집이 되는 집에서 혼자 산다.

시인의 일상은 외지고 쓸쓸하더라도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것이 마음을 밝게 하고 위안해 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긴기아」에서 잠든 사이 “햇볕 받지도 못한다고 퉁퉁거리던/키 작은 긴기아가/아기 젖 망울 같은 꽃을 달고” 향기를 풍기고 있고, “그 몸이 쏟아낸 이 향기,/부시게 햇살 들어오는/유리창을 배경으로/온 집안을 행진하는 중”이어서 즐거워한다. 이 긴기아의 향기는 열흘간 머물다 돌아온 한적한 곳에서 집까지 따라온 “경건하고 눈부신 문장”의 새소리(환상과 환각)와 환상적인 짝을 이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련의 여행시들도 눈길을 끈다. 에펠탑과 센강의 밤 풍경을 묘사한 「에펠탑」은 이 탑의 별빛을 치고 오르는 화려한 밤옷(조명)이 사람들 꿈에 날개를 달아준다고 칭송한다. 에펠탑의 환상적인 조명 불빛에 센강의 밤물결도 덩달아 가슴을 적시며 흐른다고도 했다. 감정과 수식을 절제하며 간결하게 묘사했으면서도 화려하고 환상적인 에펠탑과 센강의 밤 풍경을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밤 열 시,

별빛을 치고 오르는 에펠탑

화려한 밤옷 차림이

사람들 꿈에 날개를 달아준다

어둠의 어디를 찔러서

저런 환상적인 빛을 내는지

센강 밤물결도 덩달아

사람들 가슴을 적시며 흐른다
- 「에펠탑」 전문

이탈리아의 로마에 들러서는 한 유적지에서의 느낌과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면서는 영화 ‘로마의 휴일’ 주인공이 소망을 빌며 세 개의 동전을 던지던 정황과는 대비될 수밖에 없는 첫사랑의 비애를 드러낸다. 오천 년 저쪽과 이쪽(지금)에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한 유적(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음)이 안겨주는 생각과 느낌을 담은 「그늘- 로마에서」는 아득한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여성의 원초적인 본능을 관능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흔들리는 홍등을 재우고/위태롭게 달라붙은/몸 깊은 여자/오천 년 저쪽에서/아랫도리를 벌리고 있”으며 “오천 년 이쪽 사람들에게/말을 건네고 있다”는 묘사는 인상적이다.

트레비분수에서 긴 호흡을 하고
동전을 던지려 하는데
친구가 팔을 잡아당겨
두 닙 더 얹어주며 셋을 던지란다

하나는 로마에 다시 오고
둘은 지금 애인과 이별하며
셋은 첫사랑이 찾아오는
염원이 담겼다나
분수 복판에 정확하게 던졌다

하지만 잃어버린 첫사랑은
그림자까지 지워져 버렸고
동전 셋쯤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도 잘 안다

트레비분수도 어쩌지 못할
잃어버린 첫사랑은
접착될 일도 없이
떨어진 문짝 같다는 걸 안다
- 「첫사랑」 부분

로마의 트레비분수에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져 넣으면 성취되는 줄로만 알고 마음을 가다듬고 동전 한 닢을 던지려 하자 동행한 친구가 동전 두 닢을 보태주며 세 닢을 던지라고 일러준다. 세 닢의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고 지금 애인과 헤어지며 첫사랑이 찾아오는 염원이 이루어진다고 전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수 복판에 동전을 정확하게 던졌으나 되살아나는 비애에 젖을 수밖에 없게 된다. 첫사랑은 돌아올 수 없는 데로 떠나버린 데다 “그림자까지 지워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심경을 첫사랑이 다시 달 수도 없는 “떨어진 문짝 같다”고 토로한다. 더구나 소원을 담은 동전 세 닢을 던지긴 했지만 그 분수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 되레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만 더욱 간절하게 해준 셈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끌어안고 있는 아프로디테가
두 팔을 잃어버린 채 눈인사를 한다
그 두 팔 내력이 궁금해 잠시 발이 묶인다
관심 끌고 있는 비너스는 평소 느낌 그대로다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는 특유의 감각으로
여체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해 눈부시다
‘비너스의 탄생’ 앞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 「발자국- 유럽명품조각전」 부분

「발자국- 유럽명품조각전」에서는 대구 이동전으로 열린 이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아프로디테 조각상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소감을 축약해 묘사한 대목이다. 이 시에서 두 팔이 훼손된 아프로디테가 “눈인사를 한다”고 끌어당겨 상상하는 건 잃어버린 두 팔의 내력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대한 관심과 흠모가 앞서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눈부심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인이 이 작품에 대해 “보티첼리는 특유의 감각으로/여체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해 눈부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에 해당하는 비너스가 평소 시인이 마음속으로 상상하던 그대로였고, 그 형상을 보티첼리가 아름답게 보여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시집의 맨 뒤에 실린 두 편의 시, 「대구라는 섬」과 「참 이상한 나라의 중심에 대구가 있다」는 지난 몇 년 동안 겪어야 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첫해인 2000년 이른 봄의 아픔을 서사적인 육성에 담은 시다. 「대구라는 섬」은 갇힌 육지의 섬 같았던 대구에서의 불안, 공포, 소통 부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참 이상한 나라의 중심에 대구가 있다」는 이웃 사람들의 잇단 죽음, 확진자가 많다는 이유로 대구를 폄훼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대처하던 시민들의 모습, 전국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 등을 다각적으로 떠올리며, 마스크를 벗고 포근한 햇볕을 받아안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을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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