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강력해지는 국가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며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하던 시기에, 왜 그리스인들은 ‘비극’에 열광했을까? 20대 고문헌학자 니체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전투의 한복판에서 이런 고민을 펼칩니다. 이 보불 전쟁에서 프로이센은 프랑스를 굴복시켰고, 점령지 파리에서 독일제국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니체는 다시 독일이 강력해지는 시기에 왜, 바그너의 음악극과 같은 뛰어난 예술이 탄생하는가에 주목합니다. 비극은 무엇인가, 음악정신은 무엇인가? 왜, 약한 국가가 강력해질 때 비극(음악)은 대유행하고, 비극(음악)이 죽었을 때 강력했던 국가는 몰락하는가? 국가의 성쇠와 음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목차
[1권] 아폴론적인, 디오니소스적인 예술
자기비판의 시도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
1장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결합으로서 예술
2장 아폴론적 예술과 디오니소스 축제
3장 인간의 반영으로서 그리스 신들
4장 아티카 비극의 철학적, 신화적 토대
[2권] 디오니소스의 예술
5장 서정시와 서정시인
6장 민요
7장 합창가무단
8장 합창가무단의 역할과 기능
9장 능동적 영웅과 수동적 영웅
10장 디오니소스의 가면을 쓴 비극의 영웅들
[3권] 소크라테스 죽이기
11장 에우리피데스와 죽은 비극의 탄생
12장 악명 높은 기계장치의 신을 오용하는 에우리피데스
13장 에우리피데스의 동지, 소크라테스
14장 반디오니소스적 경향의 창시자, 소크라테스
15장 이론적 인간으로서 소크라테스
[4권] 음악의 죽음을 알리는 오페라
16장 보편성의 표현으로서 음악
17장 음악의 관점에서 본 고대 그리스 비극
18장 알렉산드리아적 문화의 융성과 소멸
19장 또 다른 ‘죽은’ 비극의 탄생으로서 오페라
20장 고전적 비극의 재탄생
[5권] 아이스킬로스 비극의 부활
21장 관조적 입장에서 본 비극
22장 경험의 입장에서 본 미학적 청중
23장 비극적 신화의 재창출
24장 현실의 삶과 불협화음 그리고 어린아이
25장 고통의 극복으로서 비극
저자소개
프리드리히 니체 , 이남석
출판사리뷰
현대 철학과 사상의 뿌리가 되었던
니체의 사상이
바로 이 책에서 출발한다.
*
한 연구자의 도전과 수고가 빚은
니체 『비극의 탄생』 한국어 번역과 해설판
*
1888쪽, 5권, 25개 장, 145개 절, 150장의 도판
*
원문을 번역하고,
주요 용어와 구절과 문장마다 주석을 달아서
글 그대로의 의미와 앞뒤 문맥을 풀어냈다.
1권은 「자기비판의 시도」,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과 네 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자기비판의 시도」는 시대적 문제의식에서, 염세주의와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은 ‘음악정신’은 하나는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이며, 다른 하나는 디오니소스적 음악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바그너, 바그너의 음악, 바그너의 음악극이다. 1장은 아폴론적 예술의 원리와 디오니소스적 예술의 원리를 설명한다. 2장은 아폴론적 예술을 설명한 장이다. 3장은 두 가지 질문과 아폴론적 해답을 담고 있다. 4장은 아폴론적 예술의 기본 원리를 다룬다.
2권은 디오니소스적 예술을 다룬다. 비극의 디오니소스적 요소는 서정시(5장), 민요(6장), 합창가무단(7장과 8장), 디오니소스적 영웅(9장과 10장)이다. 니체는 서정시와 민요를 주로 음악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합창가무단을 예술적 측면과 철학적 측면에서 다루고, 디오니소스적 영웅을 비극의 주인공의 측면에서 다룬다.
3권은 현상적으로 보면 고대 아테네 비극의 죽음, 에우리피데스적인 ‘비극’과 소크라테스적인 ‘비극’의 탄생을 다룬다. 니체에 따르면 에우리피데스와 소크라테스는 비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부정한다. 그들은 비극의 중요한 요소인 서정시와 민요를 무시하고, 합창가무단의 역할을 축소하고, 디오니소스의 분신으로서 비극의 주인공들을 속물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인간으로 만든다고 니체는 보았다. 니체는 3권 전체에서 소크라테스 및 소크라테스주의와 목숨을 건 전쟁을 시작한다.
4권은 음악철학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아주 수준 높은 예술로 알고 있는 오페라에 대한 비판과 고전적 비극의 부활을 탐색한다. 니체는 음악철학의 관점에서 고대 그리스 비극을 평가하고, 음악과 정반대 지점인 학문과 교양에 찌든 니체 당대의 독일 현실을 다룬다. 그는 마침내 음악정신이 죽은, 그리고 이론과 학문에 의해 창조된 오페라라는 ‘비극’의 탄생을 다룬다.
5권은 관조적 입장(21장), 경험적(체험적) 입장(22장), 관찰자 입장(23장), 동경적 입장(24장)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주장을 요약하고, 각각의 요약을 바그너의 악극을 중심으로 증명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 중 하나
강력해지는 국가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며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하던 시기에, 왜 그리스인들은 ‘비극’에 열광했을까? 20대 고문헌학자 니체는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전투의 한복판에서 이런 고민을 펼칩니다. 이 보불 전쟁에서 프로이센은 프랑스를 굴복시켰고, 점령지 파리에서 독일제국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니체는 다시 독일이 강력해지는 시기에 왜, 바그너의 음악극과 같은 뛰어난 예술이 탄생하는가에 주목합니다. 비극은 무엇인가, 음악정신은 무엇인가? 왜, 약한 국가가 강력해질 때 비극(음악)은 대유행하고, 비극(음악)이 죽었을 때 강력했던 국가는 몰락하는가? 국가의 성쇠와 음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전투에서 돌아온 니체는 곧바로 『음악정신으로부터 비극의 탄생』(줄여서 『비극의 탄생』)을 집필합니다. 이 책은 28살 니체가 당대 현실과 나눈 대화이자 이후 니체 사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신을 죽였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철학적으로 살해했으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부정했던, 그리고 현대 철학과 사상의 뿌리가 되었던 니체의 사상이 바로 이 책에서 출발합니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 서정시와 음악(민요) 그리고 춤과 웃음을 각인해 넣었습니다. 니체는 디오니소스 예술인 음악과 춤이 인류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며, 음악과 춤 안에 바로 형이상학적 실체가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은 형이상학의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고대 비극에서 형이상학적 철학을 분쇄할 힘을 발견합니다. 음악과 춤, 예술이 불러오는 공감이 하늘에 떠 있는 초월자나 이데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데아와 신 중심의 형이상학을 깨부수고 새로운 형이상학이 나타납니다. 니체는 인간이 매일 겪는 지독한 고통의 치료제로 음악과 춤을 제안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여기서 이 책을 읽을 이유 중 하나를 찾아봅니다. ‘강력해지는 국가에서 예술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 K-pop으로 퍼지는 한류의 철학적 기원을 묻는 질문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
“니체의 사상을 몸으로 만난 건 역설적으로 니체를 거부한 이십 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물 소리가 울리고, 마당극이 벌어진 운동장 한복판에서 청년 니체를 만난 셈이다. 대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마당극을 보면서 다함께 웃고 울고 노래 부르고, 풍물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너나없이 하나가 되어 있었다.
술 한 잔과 풍물 소리에 모두 하나가 되는 이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막연한 질문이었고, 오랫동안 잊어버렸다. 『비극의 탄생』은 이십 대 초반의 설익은 경험적 질문에 대해 오십 대 중반에 학문적으로 대답해 주었다. 니체는 디오니소스 예술인 음악과 춤이 인류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며, 음악과 춤 안에 바로 형이상학적 실체가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 형이상학의 실천이라고 천재적인 답변을 한다.
니체는 한 손에 음악과 춤의 ‘망치’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웃음의 ‘다이너마이트’를 들고서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 곧 철학, 사상, 종교, 학문, 형이상학, 교양, 교육 등의 세계를 전방위적으로 파괴한다. 그는 음악과 춤에 인간의 고통을 극복할 해방적 힘이 있다고 밝힌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편집자의 말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번역하고 주석을 달고 해설해서 『비극의 탄생-시민을 위한 예술을 말하다』로 새롭게 탄생시킨, 이남석 박사는 집필 완료 후 지금껏 『비극의 탄생』 공부 소모임을 59차례나 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제 총 25개 장 중 9번째 장을 통과 중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인 우리에게는 이 책이 난공불락 텍스트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양한 신화와 비극 작품, 문학, 음악, 철학, 역사적 사건, 니체 당대의 현실 그리고 니체 자신만의 용어와 사유가 책의 도처에서 출몰하기 때문이고, 또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해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한 권의 번역서로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남석 박사는 오래된 정공법을 택합니다. ‘니체가 쓴 용어, 구절, 문장마다 주석하고 해설하자!’ 고전을 읽어 온 동서고금의 독서가들이 해 온 방식입니다. 총 5권, 25개 장, 145개 절마다 원서에 없던 제목을 달았습니다. 또 각 절을 쪼개어 ‘원문’을 맛보고, 주요 용어와 구절과 문장에 담은 니체의 사유를 그 자체로 이해해 보고, 앞뒤 맥락을 쫓았습니다. 역사적, 철학적, 문학적, 음악적 의미를 골라내서 이전 시기의 그것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니체 사상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살피고 현대 사상과 철학에 기여한 바를 되짚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나온 ‘해설’은 그야말로 빛이 납니다. 해설자의 수고로운 설명은 ‘다시 보기’를 통해 종합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초고를 받고 나서부터 2년 반 만에 간신히 1900쪽의 편집을 교정하고 색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정 바꾸기를 도대체 몇 번이나 거듭했는지 셀 수 없었습니다. 교정과 편집은 항상 예상을 초월했습니다. ‘찾아보기’에 보면 ‘디오니소스’ 낱말 하나의 세부 항목이 81개 나옵니다. 세트 전체 본문을 다시 훑어야 하는 무한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이 역시 이남석 박사에게는 또 다른 인내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한 연구자의 기나긴 수고와 인내가 드디어 많은 사람들의 앎과 사유를 지극히 넓혀 줄 보물로 영글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 보물이 니체의 밤하늘에 별처럼 빛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