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닫기

소금산

해외배송 가능상품
기본 정보
상품명 소금산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배송비 무료
출판사 자체제작
ISBN 9791191751536
출간일 20240417
구매방법

배송주기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최소주문수량 1개 이상 / 최대주문수량 0개 이하)

사이즈 가이드

수량을 선택해주세요.

위 옵션선택 박스를 선택하시면 아래에 상품이 추가됩니다.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소금산 수량증가 수량감소 13500 (  0)
총 상품금액0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본 상품

최근본 상품 내역이 없습니다.

  • 이전
  • 다음

판매사정보

이벤트

구매하기
 

책소개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박수영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소금산』을 창연기획시선 시리즈 15번째로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제1부에는 「연필」 외 시 17편, 2부에는 「꽃빛」 외 시 15편, 3부에는 시 「아빠」 외 17편, 4부에는 시 「정글짐」 외 18편 등, 총 시 71편과 임창연 시인의 해설 ‘미술관의 앨리스’가 실려 있다.

목차

시인의 말 · 5

제1부

연필 · 13
일기 · 14
찬란하니 참 좋다 · 16
도슨트 · 18
바다 · 20
할머니 · 21
모서리 · 22
사랑 · 24
생화 · 26
옷장 정리 · 27
시의 엄마 · 28
천사 · 30
노을 · 31
시집 · 32
b · 33
눈꽃 모양 얼음 장례식 · 34
오랜만이야 · 35
나또 · 36

제2부

꽃빛 · 39
버건디 레몬 투명 알약 · 40
골드코스트소셜클럽 · 42
모기 · 44
꽃무늬 원피스 · 45
재량휴무 · 46
기도 · 47
퇴근길 · 48
크리스털 페어리 · 50
내일은 · 52
이름 · 54
입학식 · 55
근무중 b · 56
거울 · 58
커피 · 59
과자 한 봉지 · 60

제3부

아빠 · 63
우리는 한때 · 64
그림자 · 65
갱생시설 · 66
은서의 방 · 68
山만한 아이 · 70
착한 사람 · 71
해양심층수 330ml 종이팩 · 74
우주 · 75
아직 살아있음 · 76
중고 팔이 소녀 가장 · 77
헤밍웨이가 그린 비명을 지르는 소녀 · 78
클라우디아 · 80
문화말살정책 · 82
흑설탕 캔디 · 83
소셜모임 ‘공식 퇴사 후 일정’ · 84
낚시 · 85
꽃의 뒷모습 · 86

제4부

정글짐 · 9
출근한 b · 90
질투 · 91
샐러드 · 92
정우성 · 94
부재중 전화 · 96
눈사람 · 98
내버려 두세요 · 100
LA LUNA · 101
부랑자 · 102
번개 · 103
마지막 근무 · 104
소금산 · 105
마산 · 106
회오리 · 107
누님 · 108
자판 앞에서 · 109
밀리미터 인간 · 110
데미안 · 111

시집 해설
미술관의 앨리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 112

저자소개

박수영

출판사리뷰

미술관의 앨리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미술과 문학

E.H.곰브리치(1909~2001)는 『서양미술사』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그 유명한 서론으로 시작하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모르는 미술학도는 아마 없을 듯하다.

1950년에 이 책의 초판을 냈는데, 개정판이 계속 발간되면서 곰브리치는 무려 16번 서문을 다시 쓴다. 마지막 서문은 1994년 12월에 쓰였다. 전 세계적으로 700만 부 이상 팔리며 20여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책이다. 미술의 역사는 문자보다 한 발 더 앞서서 인류가 기록을 위해 시작한 일이다. 미술로의 기록은 광범위한 정보를 간략하게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축약된 기호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문자이다. 문자에서도 가장 압축된 문학의 표현 방식이 시라는 장르이다.

시집 해설의 서두에 『서양미술사』로 시작한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미술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시에서 말하는 이미지는 아주 긴밀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이 시집의 저자인박수영 시인이 도슨트(docent)라는 일을 하고 있는 시인이다. 셋째는 예술가 또는 작가라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전문성을 가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많은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화가는 그림만 잘 그리는 기술자로만 불리기보다는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좀 더 차원 높은 정신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작가라면 이야기꾼을 뛰어넘어 타인에게 지적인 도움을 준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다.

지금 시의 현실은 시의 독자층을 바라보면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지가 제법 되었다. 그만큼 독자층이 많이 줄어들어 시집을 발행하는 출판사에서 최소한의 부수만을 찍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새로운 젊은 시인은 보기 힘들어졌고 오히려 퇴직 후에 여가 생활로 시를 써볼까 하고 등단하는 늙은(?) 시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런 중에 만난 박수영 시인은 참으로 내게는 반가운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직업적으로도 늘 미술이라는 예술 세계를 접하며 도슨트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만 하고 그 가운데 시를 함께 쓰고 있는 시인인 것이다. 화가와 시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의 하나는 시각을 통한 관찰력이다. 그 관찰력으로 그림을 그리고 문장으로 옮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결과물을 통하여 독자들은 그림에서 이미지(image)를 떠올리고 시에서는 문장을 읽으며 심상(心象)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개개인이 만나게 되는 이미지나 형상(形象)은 살아온 경험과 지식의 차이에 따라 공감도 천차만별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시인의 같은 시집을 읽더라도 독자의 개인차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집 해설은 독자들에게 오류를 최소화하는 작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시집 해설을 평론의 관점으로 동일시하여 보는 오해가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시집 해설이 주례사처럼 칭찬 일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집 해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시집을 잘 이해하게 하는 친절한 안내서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시집의 작품 가운데 시인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골라서 장점 부분을 더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해설(解說) 대신 평설(評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평설로 부르게 됨으로 자칫 평론(評論)과 같은 잣대로 이해하게 되는 오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집의 안내는 시집 해설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해설을 통해 만나게 되는 박수영 시인의 시들에서 독자들은 충분한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술관의 b

박수영 시인의 첫 시집에 등장하는 시편들에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타인의 관점으로 자주 등장한다. 마치 소설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묘사를 한다.

서재의 빼곡한 책들 사이의 복도로 끝까지 걸어오면
푸른 띠의 통제구역이 있는데 그걸 넘는 자
비밀스런 사무실
노트북에 얼굴을 파묻은 직원 b를 볼 수 있다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 옆
한 사람이
햇살을 그대로 맞으며
주근깨가 올라오는지도 모르고 기록하고 있다네

한 자 한 자 타이핑해서 내려가는 문장들
졸고 있는 한 직원의 인생
납작하게 압축시키고 있지만
어디에도 업무이야기는 없다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직장을 위해 하루에 꼬박 열두 시간
일하는데도

참 신기한 일이네
- 「근무중 b」 전문

위의 시는 시집 『소금산』의 시놉시스(synopsis)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인은 작품 전시회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잡히게 되면 미술관 자체 도서관에서 작가 연구와 더불어 관람자의 안내를 위한 자료 공부를 시작한다. 그것은 반복되는 일이지만 늘 전혀 새로운 내용이기에 긴장되는 작업인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업무이다. 준비된 결과물은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 평가와 수정을 거치게 된다. 마치 시를 쓰고 퇴고를 하여 독자들에게 내어 놓으면 평가를 받는 과정처럼 닮아 보인다. 그리하여 관람자들에게 전시회를 하는 동안 작품 해설을 하는 과정은 시를 낭송하는 낭송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시집 해설을 하는 사람과도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다만 규모와 환경이 달라 보일 뿐이다.
시집에는 ‘b’로 지칭되는 단어가 등장하는 시가 두 편이 더 있다.

사무실에 왔다/ 늘 시간을 아끼는 것이 습관이 된 b씨/ 컴퓨터를 켜고 바탕화면이 나타날 때까지/ 집에서 비닐봉지에 덜어서 챙겨 온 쌀로별/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하략)
- 「출근한 b」 중에서

b는 마트 계산대에서 당신 뒤에 줄 선 사람/ 성실하다는 이유로 A학점을 받기엔 한 끗이/ 모자란 사람// 밀려오는 인공지능 최전방에서 마주 보며/ 안주머니 넣어둔 묵주 꺼낼 틈도 없이/ 아이들을 차고 넘치게 돌보다 보면// 어느새/ 묵주가 없어졌다/ 어지러운 집을 더 어지럽혀놓는// b
- 「b」 전문

「출근한 b」는 시인 자신의 근무지에서 시작되는 일상을 기록한 시이다. 「b」는 다른 제목으로 붙이자면 ‘퇴근한 b’로 할 수 있겠다. b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들은 일상적인 평범한 일들을 일기처럼 써 내려간다. 누구나 하고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니다. 세상 일도 그러하다 누가 대신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고 대신해 줄 수가 없는 것이 평범한 인생이다. 그래서 b라는 인생을 a가 대신 자리를 메꾸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와 당신은 a로 살 수도 있고 b로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다. 문학 장르의 완성된 작품들의 문장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공감을 느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b」에 등장하는 - ‘b는 마트 계산대에서 당신 뒤에 줄 선 사람’ - b 역시도 당신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b는 퇴근하면 또 하나의 직업인 주부라는 슈퍼맨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안주머니 넣어둔 묵주 꺼낼 틈도 없이’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다 보면, 차라리 - ‘세상에서 제일 잘 속는 엄마를 속여/ 속는 줄도 모르고 속아 넘어가는 아이들을 맡기고/ 아무도 셔터 올리지 않은 이른 아침/ 어디론가 정처 없이 출근하러 나가는/ 엄마 - 「재량휴무」 전문’ - 해방의 날을 갖고 싶기도 한 것이다.

전시는 도록 위에 새겨지고/ 해설은 시간 속에 사라지네// 사라지는 것은 매력적이지/ 모든 이의 망각에 감사/ 증명 불가한 축복을 받고// 작가의 역사가/ 작가만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이되/ 나의 역사는 아닌// 역사에서 잊히고 있다는 것/ 쥐 나는 혀를 주무르기 좋은 시간(…하략)
- 「도슨트」 중에서

위의 시는 박수영 시인이 도슨트라는 자신의 일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전시회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이다. 현대 미술의 작품을 관람자에게 잘 설명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도슨트이다. 전시는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지는 집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도록이라는 책자에는 기록이 되는 것이다. 기록은 인류가 남기는 역사의 흔적이다. 삶은 기록에는 남길 수 있지만 개개인의 생명의 수명은 절멸(絶滅)하는 존재이기에 결국에는 사라지는 것이다. 시간을 읽고 시간의 흐름 속에 사는 것들은 소멸해 가는 것이다. 시인은 이런 사라지는 것이 매력적이라 말한다. 순간순간의 공간에서 함께하는 사람과 대화들은 서서히 잊히기에 귀하면서도 더욱 감사한 존재들인 것이다. 이 순간도 우리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지 말고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기억해 보는 것이다.

앨리스의 노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태생의 작가 루이스 캐럴(1832~1898)이 지은 동화 소설로 1865년에 발간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은유와 숨은 이야기들로 독자마다 해석 또한 다양해진다. 루이스 캐럴은 시인이며 수학자이기도 하다. 박수영 시인의 시를 읽으며 앨리스라는 동화의 주인공 이름이 생각 났다. 왜 그랬을까?

안녕 클라우디아
따끔한 독이 묻은 지팡이 꼬리
매일밤 망토를 펄럭이며 날아가오리

암막커튼 사이로 빼곡한 도시의 은하수
한여름 넓고 푸른 이불이 바스락 바스락
잠든 방에 찾아와 미소 짓는 바다의 마녀님

유년 시절 받은 인형
모두 다 기억하는 소년
그대로 안고 쓰다듬는 청년

니모 도리 인어공주 에리얼 옆
이름 없이 쌓여있던 수족관 인형
새로 산 군청색 이불 위로 업어왔네
- 「클라우디아」 중에서

클라우디아는 인형의 이름이다. 우리에게 인형이란 존재는 엄마처럼 어린 시절 많은 대화를 주고받던 친구이기도 하다. 아무도 침범 못하는 상상의 세계를 함께 하는 멋진 친구였다. 어디든 망토를 펄럭이며 함께 날아가고 꿈속까지 함께 갔던 친구이다. 마주 앉아서 전화를 주고받으며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던가? 또 다른 소재인 거울을 이야기 해보자.

동화의 나라에서 거울놀이는 어떤가? 백설공주도 마녀가 소유한 거울 때문에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왕자가 입맞춤을 할 때까지 기나긴 시간을 잠에 빠져 있었다. 루이스 캐럴도 『거울나라의 앨리스』란 작품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발간한 지 6년 만에 내놓았다. 수학자이기도 했던 루이스 캐럴은 수학적 상상력과 논리로 거울 너머의 앨리스를 등장 시켰다. 모든 것이 ‘이중으로, 그리고 거꾸로’ 이루어진 거울 세계의 논리, 즉 시공간의 역전과 비논리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농담과 유머, 말실수와 말장난, 퍼즐과 수수께끼, 패러독스와 난센스 속에서의 환상적인 모험을 즐기는 내용이다.

혼자 있고 싶은가?

하찮은 이유를 거절할 때마다

거울이 한 조각씩 쌓인다

자신으로 가득 찬 이글루
- 「거울」 전문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거울을 보며 놀이를 하고 있다. 시인도 매일 한 조각씩 자신으로 쌓아진 이글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거울은 모든 걸 바로 보여주는 듯해도 사실은 거꾸로 보여준다. 글씨를 써서 비춰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거울이란 소재는 동화에서부터 소설에 이르기까지 늘 등장하는 소재이다. 여자들의 몸매를 날씬하게 보여주는 거울은 바로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거울을 보며 옷을 입으면 날씬한 자신이 보이는 것이다. 조앤 롤링의 작품인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소망의 거울(Mirror of Erised)이 있다. 그 거울에는 “erised stra ehruoyt ube cafru oyt on wohsi”라는 복잡한 문구가 쓰여 있다. 그 문구를 거울에 비추면 “I Show Not Your Face But Your Heart’s Desire”(나는 너의 모습이 아니라 너의 마음속 욕망을 보여준다)라고 확인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욕망은 동화를 통해 시를 통해 대신 마음껏 채울 수가 있는 것이다.

저기 침대 머리맡에 둔 연필
어젯밤 엄마 몰래 사각거렸던
내 다이어리 유월 페이지에서

흰둥이가 씹어놓은 연필로 쓴 일기
혹시 들켜버릴까 갈기 발기 씹어놓지 않아도
아무도 풀 수 없는 암호들만 쓸어 모았으니

양쪽으로 깎아놓은 연필은 샴쌍둥이
입이 두 개여도
내가 들려준 비밀을 일러바친 적이 없지

다만 내가 흘리고 다닐 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런, 떨어뜨린 연필이 하수구 안으로 퐁당

가장 빛나던 나의 비밀 하나
오늘 밤하늘에서 떨어지겠구나
- 「연필」 전문

이번 시집에 맨 처음으로 소개되는 시이다. 연필 역시 인간의 삶을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동반자이다. 연필은 ‘아무도 풀 수 없는 암호들’을 쓴다. ‘샴쌍둥이’는 ‘입이 두 개’지만 ‘내가 들려준 비밀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이 동화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 ‘가장 빛나던 나의 비밀 하나/ 오늘 밤하늘에서 떨어지겠구나’ - 얼마나 멋진 해피엔딩의 문장인가. 이밖에도 인용되지 않은 시들 가운데 동화적인 상상력과 시의 상상력이 시너지 효과를 더하는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세 평 남짓한 방바닥에 길을 터놓은 머리카락과 먼지들은
여러분을 안갯속 걸리버로 만들어 줄 거예요
- 「은서의 방」 중에서
산만한 아이는 그 쓰레기마저도 보석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 「山만한 아이」 중에서

‘동화’는 식민지 시기 일본을 통해 유입된 근대적인 개념인데 이때 이 ‘동화’의 개념은 독일어로 ‘동화’를 가리키는 ‘메르헨(Marchen)’을 번역한 용어이기도 했다. 메르헨은 인류 문명의 초기 단계에서 신의 행적을 읊거나 연행하는 신화적 서사나 서사시(敍事詩)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메르헨에 등장하는 마법과 환상의 근원이 신화적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메르헨의 기원을 신화적 서사에 두는 견해는 메르헨을 원시 예술(原始藝術)의 중요 형태로 이해하는 인식에 기반한다. 박수영의 시에 등장하는 동화적인 소재들은 시문장들을 더욱 발랄하고도 신선하게 만들고 있다. 동화에서 나타나는 상상력의 힘들은 시에서도 서사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이것은 박수영 시에서 보여주는 문장들의 장점이 되었다. 이러한 장점은 시의 스토리텔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문장의 완성도를 높여 주는 결과가 되었다.

시詩라는 일기

시라는 형식으로 쓰인 시인의 일기가 마침내 독자들에게 공개되었다. 아직 심중에 남아 있는 짐작까지도 눈치 빠른 독자들은 문장을 통해 상상해 보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앞으로 시인은 더욱 과감하게 요리한 문장들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마구 비틀어댄 레시피는 읽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더 많이 선사해 줄 것이다.

사진은 지나간 후에야 찍히고
일기는 다시 읽기도 전에 찢겼지

일기를 쓰기엔 살아있는 천적들이 너무 많아
그들은 항상 나보다 재빠르지

시에 우리의 둥지를 틀게
혹시 발각되어도 재빠른 만큼 인내심은 없길

때 묻어 꼬질꼬질해진 구절로 애착 담요를 짓고 있어
다음 차례 주사를 기다리는 소녀와 함께 있어 줄

너무 닳아 단내와 함께 삭아 떨어진 단어들
모아서 바닥에 깔아놓았지
매번 말싸움에 지는 울분의 소년이 발로 뻥
차버릴 수 있도록

철 지난 코트의 호주머니마다 뒤져도
먼지 한 톨 잡히지 않을 때
불씨 남은 담배처럼 우연히 발견되어
타닥타닥 피어오를 수 있기를

끝나지 않은 야근의 테라스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내려앉은 반짝이는 이야기
- 「시의 엄마」 전문

때로는 공들인 한 줄의 문장이 날밤을 세우게 하니
- 「시집」 중에서

위에 인용한 두 편의 시는 시를 쓰는 이유와 시를 대하는 자세가 잘 나타난 시이다. 사진은 현재를 찍지만 찍는 순간 이미 과거라는 틀에 박제가 되고 만다. 일기는 비밀을 기록하려 하지만 늘 시인에게는 적들에 의해 공개되어 봉변을 당했던 아픈 기억들이 상처로 남아있다. 그런 시인에게 시는 마음껏 외칠 수 있는 스피커인 동시에 안전한 방패인 것이다. 그래서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일기장을 덮고 시를 쓰게 된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시는 모순(矛盾)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뚫는 창과 세상의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동시에 만드는 아이러니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앞으로도 쓰일 박수영 시인의 시들은 세상의 모순들도 뛰어넘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잘 짜인 개성 있는 사유의 문장들로 가득 채워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인의 말

재미로 사는 건 아니지만 사는 건 재밌습니다.

믿을 수 없는 상냥함과 의심할 나위 없는 무례함

그 사이 프리즘으로 쏟아지는 진동을 춤추듯 뛰어다녀요.

매일매일 태어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요.

2024년 이른 봄
박수영
 

상품결제정보

고액결제의 경우 안전을 위해 카드사에서 확인전화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확인과정에서 도난 카드의 사용이나 타인 명의의 주문등 정상적인 주문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임의로 주문을 보류 또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무통장 입금은 상품 구매 대금은 PC뱅킹,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혹은 가까운 은행에서 직접 입금하시면 됩니다.  
주문시 입력한 입금자명과 실제입금자의 성명이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며, 7일 이내로 입금을 하셔야 하며 입금되지 않은 주문은 자동취소 됩니다.

배송정보

배송 방법 : 택배
배송 지역 : 전국지역
배송 비용 : 무료
배송 기간 : 3일 ~ 7일
배송 안내 : - 산간벽지나 도서지방은 별도의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상품은 입금 확인후 배송해 드립니다. 다만, 상품종류에 따라서 상품의 배송이 다소 지연될 수 있습니다.

교환 및 반품정보

교환 및 반품 주소
 - [07271]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산로 57-5 (양평동3가) 양평동 이노플렉스 B101~103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단,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등을 공급받거나 재화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
  - 공급받으신 상품 및 용역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때에는 당해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 부터 3월이내, 그사실을 알게 된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이내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이용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다만,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
  - 이용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복제가 가능한 재화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개별 주문 생산되는 재화 등 청약철회시 판매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어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경우
  - 디지털 콘텐츠의 제공이 개시된 경우, (다만, 가분적 용역 또는 가분적 디지털콘텐츠로 구성된 계약의 경우 제공이 개시되지 아니한 부분은 청약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
 
※ 고객님의 마음이 바뀌어 교환, 반품을 하실 경우 상품반송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색상 교환, 사이즈 교환 등 포함)

서비스문의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
     

    고객만족센터

    은행계좌안내

    • 국민은행 493601-01-371416
    • 예금주 주식회사 가람로직스


    앗! 화면폭이 너무 좁아요.
    브라우져의 사이즈를 더 늘여주세요~

    좁은 화면으로 보실 때는 모바일 기기에서
    최적화된 화면으로 쇼핑을 즐기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