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버지가 보통 아들을 기르며 보통 가정을 꾸려가는 이야기. 그러나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예민한 직관력과 투박하고도 섬세한 글맛은 보통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뒤늦게 교단에 발을 들인 교사이자 우리가 가장 훌륭해! 하고 배포 좋게 선언할 만큼 고소한 향기로 가정을 채워 갈 줄 아는 가장에게서 여유로운 삶의 지혜를 배워 보자. 책 속의 사을이를 지켜보노라면 교육이라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한 게 아니었지 싶다. 좋은 부모란 행복한 부모, 그래서 자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밖에 없는 부모가 아닐지.
목차
결혼하고 나서 할래요 마지막 수업 홈 레스토랑 자기 신화 5분 뜸들이기 아내의 악역 몽정을 기다리는 아이 편지 생각하는 새 자라는 것은 여백이 필요하다 아들녀석의 거짓글 남의 밭의 고추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연습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 많아야 아, 겨울이 따뜻하다 잠들기 전에 열세 살 나이 방귀 뀌는 아내 가훈 한 템포만 참아 봐 홀로서기 꿈 깨지마 자란다는 것 친절한 사람들 세상을 이기는 힘 엄마도 여자다! 부지런한 사람 목욕탕 이야기 차바퀴와 들깨 이야기 황호길 선생님 왜 공부해야 하죠? 아름다운 하루 우리가 가장 훌륭하다구! 엉덩이 까주는 아빠 아내의 속옷 감성 훈련 어느 교생 선생님의 편지 하얀 거짓말 갈치 한 토막 모든 꽃들에게는 이름이 있단다 세대 차이 저도 결혼하고 싶어요 어느 날 갑자기 고독할 필요가 있는 거야 아들의 연인 꺾은 선 그래프 아빠 냄새 선생님, 고맙습니다 겨울에 내리는 눈 고지가 바로 저긴데 제가 창 쪽에 앉을래요 특별 대우 가을 수업 육사와 낙타 걸어서 학교까지 아내의 자리 삼단 똥고차기 겨울 여행 아빠가 약속했단 말이에요 좋은 아버지가 되는 꿈 뽀뽀 지남철 고추 모종과 지렁이 가족의 의미를 최고의 가치
저자소개
안준철
출판사리뷰
좋은 아버지가 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늘 아들의 성장과정을 진지하고 유쾌하게 바라본다. 아침마다 자신의 속옷에 끈끈한 것이 묻어 있지 않나 확인하는 6학년된 아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아버지는 몽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성교육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기분 안 좋은 아들을 웃기기 위해 엉덩이까지 까 보이는 아빠, 아들의 심벌을 떡 주무르듯 이리저리 손놀림하는 어머니의 거침없는 모습, 틈만 나면 엄마 방으로 달려가 솥뚜껑만한 손으로 엄마 젖가슴을 만지는 아들 사을. 어찌보면 이들 모자에게서 마더 컴플렉스 내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현상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는 이를 결코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늘밤 남편을 대하는 부드러운 부인의 시선이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다시 아들에게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아들 사을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게다가 초저녁잠이 많은 사을이는 저녁을 먹자마자, 잠이 들기 일쑤. 그가 집에서 유일하게 공부하는 시간은 새벽 4시에서 6시까지이지만 아버지는 아들보고 어서 빨리 일어나 공부하라고 재촉하는 법이 없다. 그러기보다는 5분 뜸들이기 사랑법, 뽀뽀 지남철 작전을 펼쳐 아들의 선잠을 현명히 깨운다.
또한 아들 사을이는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물질적인 선물로 보답하기보다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편지로 선생님께 감사편지를 올릴 줄 안다. 그러나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선생님의 행동을 보면 거침없는 자기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역정과 분노로 학생을 다그치는 선생님보다는 제자의 옳은 말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선생님의 참모습도 담겨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아무리 입시위주의 교육에, 더 이상 학교에 다닐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입버릇처럼 외쳐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학교는 존재하고 존경할만한 선생님도 존재한다는 평범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찌든 우리 인간사를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청량제와 같은 책이다. 잃어 버린 고향을 다시 찾은 듯 포근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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