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살쟁이록》은 충청남도 서해안의 혼주군을 무대로, 그 곳에서 1987년부터 89년까지, 1학년부터 3학년까지를 보낸 고삐리들의 이야기다. 1부는 혼주고의 1학년 7반 고삐리들이 1년 동안 쓴 ‘학급실록’ 중 40편을 간추린 것이며, 2부와 3부에는 주인공인 다현이가 결성하고 용두사미로 해체하게 된 ‘야살쟁이’라는 모임에서 낸 문집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에서는 다현의 시점에서 본 전교조 결성 과정 이야기, 세상 구석구석의 천태만상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이야기는 사이코·호구·시인이라는 별호를 가진 ‘다현’, 87년을 사는 젊은 교사 ‘담임’ 우장훈 스승을 중심으로, ‘학급실록’을 통해 고삐리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자기만의 관찰과 사유,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 있다. 또한 이야기 곳곳에는 짤짤이, 민주항쟁기념일, 군민 촛불집회, 금강 대홍수, 보충수업, 에이즈, 모의투표 등 당시의 고삐리 세계와 요지경인 사회상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와중에 담임과 이유선(다현의 이모)의 연애설은 1년 내내 고삐리들의 입을 붓날리기도 하고, 고삐리 운동권 조덕형은 급우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2학년이 되자 다현, 배인, 재복, 범영 등은 반은 치기, 반은 열정으로 동아리를 결성하고 ‘야살쟁이’라는 문집을 낸다. 가을에는 혼주여고 3인방, 혼주여상의 준경이 가세하여 동아리가 쾌속행진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급작스럽게 와해되기도 한다. 3학년이 되면서 다현은 얼떨결에 부반장이 되고, 패싸움 때는 주제넘게 선동을 하려 했다가, 평생 짊어지고 갈 비겁을 안게 된다. 또한 다양한 경로로 세상과 만나는 다현은 2학년 말에 신문배달로 생전 처음 돈을 벌기도 한다.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이유선과 우장훈(87년에 1학년 7반의 담임이었던)의 사랑은 87년, 88년 격동의 시기를 지나면서 더욱 깊어지고, 때로는 위기를 겪기도 하다가, 1988년 성탄절 결혼식으로 한 획을 긋는다. 그리고 이전부터 학교에서 모습을 보이던 ‘스승쟁투’(문제스승파-훗날 전교조를 결성하게 되는 선생님들-와 교권스승파-어디에나 있는 권위적 교사들 부류-의 싸움)는 1989년 5월 28일 전교조 출범으로 거세게 물결치고, 그 투쟁은 80년대가 마감되는 날까지도 계속된다. 혼주고 학생들은 데모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차츰차츰 전교조를 잊어가고, 학력고사를 향하여 매진한다. 다현은 비둘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며 고삐리 시절을 반추한다. 그리고 1989년 12월 31일, 80년대를 보내고 90년대를 맞는 종소리와 함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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