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을 읽는 일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일과 같다”
유대인들의 역사와 그 역사가 내면화한 풍경을 읽어가는 독특한 체험
유대인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여호와 신의 계율만 지키면서 산 민족이 아니다. 신앙의 명령에 따를 것인지, 이성과 논리로 세상사를 밝힐 것인지, 끝없이 토론하고 갈등하며 살아왔다. 그 바탕에는 특별히 책과 밀접한 유대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독서와 글쓰기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구성해왔고, 이는 유대 문화의 정수이자 문명을 유지해주는 일종의 ‘구속력’이었다. 한 민족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세운 제국과 전쟁, 영웅, 혁명가,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유대 역사가 애덤 커시는 유대교에 관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너선 커시의 아들이자 유대인들을 위한 온라인 잡지 편집장으로, 장장 2,500년의 세월에 걸쳐 집필된 유대인들의 저술 역사를 이 책 『유대인을 만든 책들: 유대인 고전 18선』에 담아냈다. 『성경』, 철학서, 역사서, 신화, 자서전, 신비주의 등 저술들의 다양성과 풍부함이 유구한 유대 역사의 깊이를 증명해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유대인들의 사상과 경험의 광범위함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며, 평소 유대 역사와 관련된 저술들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만들어진 이유와 배경, 그리고 과연 유대교와 유대인의 정체성이 어떤 것들인지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연대기
제1장 축복과 저주_「신명기」
제2장 우연의 왕국_「에스더」
제3장 불편한 책 읽기_ 알렉산드리아의 필론 『율법의 해석』
제4장 인생의 선택_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전쟁사』
제5장 울타리를 세우며_『피르케이 아보트』
제6장 선택받음에 대한 문제_ 투델라의 벤야민 『여행기』, 예후다 할레비 『쿠자리』
제7장 하나님을 향한 생각_ 모세 마이모니데스 『 당혹자에 대한 지침』
제8장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삶_ 『조하르』
제9장 시온의 딸_ 하멜른의 글뤼켈 『체네레네』『회상록』
제10장 이단과 자유_ 바뤼흐 스피노자 『신학정치론』
제11장 두 개의 세상 사이에서_ 솔로몬 마이몬 『자서전』, 모제스 멘델스존『예루살렘』
제12장 파괴와 구속_ 브라츨라프의 나흐만 『랍비 나흐만의 이야기』
제13장 우리의 의지_ 테오도르 헤르츨 『유대인 국가』『오래된 새로운 땅』
제14장 새로운 시대의 시작_ 숄렘 알레이헴 『우유 배달부 토비에』
역자 후기
찾아보기
저자소개
애덤 커시
출판사리뷰
모든 시대를 관통하여 사회적, 지적, 종교적, 정치적 관점으로
유대 문학 역사를 한 권에 펴낸 대담한 시도
기원전 7세기의 「신명기」부터 마지막 20세기 숄렘 알레이헴까지 살펴보면 그사이 일어난 모든 재난과 파국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간 유대의 사상이 놀라운 정도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왔다는 점은 매우 인상 깊다. 또한 그 모든 저술들이 지향하는 주제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독특하다. 저술들의 주제는 하나님, 『토라』, 이스라엘의 땅, 유대인 등 총 네 가지 핵심 요소로 압축될 수 있으며, 해석은 시대를 따라 달리해왔지만 선조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반복해서 이 주제들에 대한 답을 묻고 있다.
『유대인을 만든 책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뻔한 유대인에 대한 책이 아니다. 흔히 유대 문학이라고 하면 『구약 성경』이나 『탈무드』 정도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유대 전쟁사』 『체네레네』 등을 비롯한 18편의 작품을 연대기적 서술로 소개했다. 박해와 추방의 극복이라는 유대 역사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보다는 시련이 닥치면 괴로워하고 믿음이 있었지만 유혹에 흔들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유대인의 모습을 포착하여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주제가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어온 보편적 고민과 고뇌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종교적 폭력 『유대 전쟁사』, 신비주의 문서『조하르』,
근대화의 물결을 포착한 『우유 배달부 토비에』 등
역사의 큰 흐름 속에 등장한 유대인의 모습을 매력적인 통찰로 직조해내다
‘책의 민족’을 이해하려는 이 작업은 유대의 율법과 역사에 대한 기록인 「신명기」로 시작한다. 이 책이 유대인들의 역사를 논할 때 중요한 이유는 오늘까지도 유대인들의 중요한 이슈인 이스라엘 민족과 영토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명기」의 초점은 하나님을 기억하는 데로 모아지며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에 대한 유대인들의 집착은 기원이 「신명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 소설’로 보는 관점이 팽배한 「에스더」는 다른 『구약 성경』과는 다르게 하나님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현대의 독자들에게 기이한 친숙함을 안겨준다. 에스더는 조국을 잃은 소수 민족의 처지에서 유대 민족을 구하는 인물인데, 힘을 잃은 유대인들은 학대와 살인의 희생양이 되지만 한 명의 유대인이 전체를 보호할 만한 권력을 쥐게 되면 유대인의 결속이란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유대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재앙이었을 『유대 전쟁사』, 스페인 여행가의 12세기 유대 여행기 『투델라의 벤야민 여행기』, 랍비가 이교도 왕을 유대교로 개종시키기 위해 나눈 가상의 대화 『쿠자리』, 『탈무드』보다 오래되었지만 최근에야 발견된 2,400여 쪽에 이르는 신비주의 문서 『조하르』에 이르기까지 낯설지만 어딘지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유대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대 여성이 최초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서전 『회상록』과 유대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 테오도르 헤르츨의 『유대인 국가』, 20세기 전환기를 배경으로 유대인 세계에도 밀려들기 시작한 근대화의 심각한 도전을 담은 『우유 배달부 토비에』까지 이르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종국에 유대인들만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으로 마무리된다.
‘책의 민족’ 유대인들의 책장에 꽂힐 또 다른 고전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숄렘 알레이헴의 토비에 연작들에는 당대의 유대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미래가 등장한다. 미국의 경우, 포드호쳐와 베일커는 모든 재산을 잃고 뉴욕으로 건너가 노동자 생활을 한다. 토비에가 계획대로 팔레스타인으로 갔다면 헤르츨의 시온주의로 시작된 제1차 회귀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을 것이다. 호들과 페르칙이 따랐던 공산주의의 길, 그리고 동유럽의 모든 유대인들을 기다리고 있던 가혹한 운명인 ‘유대인 대학살’과 그보다 더 최악의 악몽이었던 1941년 ‘바비야르 학살’이 그것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건국되고 21세기는 미국 유대인들의 부상으로 유대교의 위상이 새롭게 재정립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어떠한 답도 내리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의 필론의 『율법의 해석』에 나온 그리스 사람들과 유대인들 사이에 벌어진 내전을 통해 공존이라는 로마 제국의 이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당혹자에 대한 지침』에서 모세 마이모니데스가 피력한 이성과 신앙 사이의 고정관념 관계에 대한 탈피를 보여주며,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에서 주장한 종교적 관용과 민주 정치에 대한 논지를 여러 관점에서 서술할 뿐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쓰며 그가 발견했던 것을 동일하게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유대교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갖게 될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분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