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은 마음에 일어난 현상이며, 그중에서도 천리에 따른 인식 작용입니다. 역전에는 "하늘에서는 상(象)을 드리우고 땅에서는 형(形)을 이루며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의 현상에는 일정한 이치가 있습니다. 하늘의 이치이므로 천리(天理)라 합니다. 땅 위의 만물은 해와 달이 뜨고 서로를 밀고 가는 리듬과 비, 눈, 천둥, 번개와 같은 기상 현상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인류도 하늘 아래에 사는 만물의 한 종이기에 하늘이 변하는 이치인 천리를 파악하여 사는 방식을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상들이 정한 삶의 방식은 다음 세대로 다음 세대로 이어졌습니다. 인류는 천리에 따라서 삶을 이루어 온 까닭에 몸의 흐름이 천리를 따르고, 마음의 작용 또한 하늘을 닮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지속한 삶의 리듬은 우리의 본성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본성에는 천리가 깃들게 되었습니다.
본성에 깃든 천리는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가 됩니다. 원리는 무형입니다. 우리는 원리를 감각할 수 없습니다. 오직 드러난 현상을 통하여 파악해야 합니다. 본성에 깃든 천리도 감각할 수 없습니다. 오직 의상을 느낄 뿐입니다. 의상은 본성에 깃든 천리가 드러난 마음의 현상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천리를 보존하고자 의상을 일으켰고, 의상을 일으키고자 사물을 궁리하였습니다. 사물을 벗 삼아 마음을 시를 짓고, 노래하고, 붓을 들어 쓰고 그렸습니다, 옛 문인들의 예술 활동에는 사물을 궁리하여 내 안의 천리를 보존하고자 했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상을 문인 예술의 본체라 합니다. 이 책에는 의상이 동아시아 우주론과 선한 본성에 기초한 인식론으로 형성된 사연과 문학과 예술의 본체로 성장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목차
추천사 머리말 ‘의상(意象)’에 대한 아주 편안한 소개
Ⅰ. 연구의 계기와 밑그림 Ⅱ. ‘의상론’의 연원과 인식의 기초
1. 주요 문구 해석 가. 『주역』에 쓰인 ‘立象以盡意’ 나. 『회남자』에 쓰인 “物之可以喩意象形” 2. 『시』의 ‘물(物)’과 ‘흥(興)’ 가. ‘흥’, 원시 토템과 감물(感物) 나. 『논어』, 『시』로써 ‘흥’하다[興於詩] 다. ‘심신일체’의 인식과 ‘물’의 관계 3. 선진 유학의 성선설과 인식의 기초 가. 공자의 인성론, 충서(忠恕)와 인(仁) 나. 공자의 인식론, 관물(觀物)과 ‘입상이진의’ 다. 맹자의 심신상관론과 주체적 인식론
Ⅲ. 『주역』에 담긴 ‘의상’ 사유
1. 『역』의 시작과 ‘천리’의 인식 가. 복희씨, ‘팔괘’를 그리다 나. 9×9=81, 수학적 ‘우주’와 ‘음악’ 다. 기(器), 도(道)를 담아낸 예술 2. 『역』의 구성과 ‘입상이진의’ 가. 천상(天象)으로 드러난 천리(天理) 나. 천리(天理)를 응축한 괘(卦) 다. 천리(天理)에 마땅한 물(物) 라. 천상, 괘, 물과 ‘입상이진의’의 관계 3. 상(象)의 단계적 구조화를 통한 인식의 초월 가. 적연부동(寂然不動)과 정(靜) 나. 감이수통(感而遂通)과 기(幾) 다. 관물취상(觀物取象)의 귀납과 축적 라. ‘입상이진의’를 통한 신명(神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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