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름답게 직조된 이야기 속에
시대의 어둠과 개인의 불행을 날카롭게 담아낸
미국 단편소설의 여왕 캐서린 앤 포터
"아주 사소한 문장 하나에도 세밀한 기억을 담아 글을 쓰는 작가."_ 유도라 웰티
약자에 대한 억압과 폭력, 전쟁과 질병이 만연한 현실을 파고들어 20세기 미국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집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서른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포터는 1890년 태어나 1980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격동의 세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자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적 작품들을 주로 썼다. 과작寡作인 탓에 평생 장편소설 한 편과 중·단편소설 스무 편만을 발표했으나, 짧은 이야기 속에도 당대의 모순과 부조리에 맞닥뜨린 인간사의 단면을 섬세하게 담아내 “시대의 기록자” “순수성과 정확성을 갖춘 언어로 글을 쓰는 일류 예술가”라는 칭송을 받으며 이례적으로 높은 명성을 누렸다.
특히 단편소설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발휘하여 중편과 단편 전작이 수록된 『캐서린 앤 포터 소설집The Collected Stories of Katherine Anne Porter』(1965)으로 1966년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는데, 현대문학이 선보이는 「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앤 포터』는 20세기 미국 문학의 명실상부한 거장이자 단편소설의 여왕, 캐서린 앤 포터의 출발점과 정수가 한데 모인 이 책을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다. 포터는 플래너리 오코너, 유도라 웰티, 카슨 매컬러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남부 작가로 분류되지만, 남부에 국한되지 않고 뉴욕과 멕시코, 독일 등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다. 이는 상당 부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세계 각지를 떠돌며 살았던 그녀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목차
서문 ㆍ 잘 가렴, 작은 책아……
꽃피는 유다 나무
마리아 콘셉시온
처녀 비올레타
순교자
마법
밧줄
그 애
절도
그 나무
웨더롤 할머니가 버림받다
꽃피는 유다 나무
금이 간 거울
아시엔다
창백한 말, 창백한 기수
오랜 죽음의 운명
정오의 와인
창백한 말, 창백한 기수
기울어진 탑
옛 질서
지혜로 가는 내리막길
하루의 일
휴가
기울어진 탑
옮긴이의 말 ㆍ 남부에서 그리고 남부 너머로
캐서린 앤 포터 연보
저자소개
캐서린 앤 포터
출판사리뷰
미국 텍사스주의 허름한 농장에서 ‘칼리 러셀’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포터는 일찍이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소네트를 섭렵하고 여성 참정권을 옹호하는 에세이를 쓸 만큼 영민한 소녀였으나, 지극히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남부 사회에서 외롭고 고통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열여섯 살에 텍사스 출신 남성 존 헨리 쿤츠를 만나 결혼하지만, 8년여에 걸쳐 그로부터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한다. 남편 모르게 시와 소설을 쓰며 작가를 꿈꾸던 포터는, 계단에서 떠밀려 발목이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아이까지 유산한 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이혼을 감행하고,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듯 자신을 길러 준 조모의 이름을 따 ‘캐서린 앤’으로 개명한다. 포터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1936년 작 「오랜 죽음의 운명」에는 당시 그녀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친척이라면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이 집안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 떠나 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시댁으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사랑과 증오를 온통 쏟아붓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은 속박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야 미란다는 자신이 결혼으로 도망친 이유를 깨달았고, 바야흐로 결혼에서도 도망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하게끔 가로막는, 그녀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모든 종류의 장소와 사람으로부터 벗어날 작정이었다.?
이후 남부를 떠나 콜로라도주 덴버와 멕시코를 오가면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녀는 1922년 《센추리 매거진》에 단편 「마리아 콘셉시온」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미국 전역과 멕시코, 유럽을 종횡무진 여행하고, 거트루드 스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셔우드 앤더슨 등 당대의 수많은 예술가들과 교유하며, 멕시코 혁명 이면의 허위와 부조리를 파헤친 「아시엔다」와 「그 나무」, 디에고 리베라와의 만남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순교자」, 뉴욕에 사는 독신 여성의 하루를 건조하게 그려 낸 「절도」, 제2차 세계대전을 불과 몇 년 앞두고 아슬아슬한 긴장 상태에 놓여 있던 국제 정세를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기울어진 탑」 등 저널리스트로서의 예리한 면모가 돋보이는 걸작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특히 식민 지배하에서 착취당해 온 토착민들과 남부의 가혹한 노예제에 얽매여 살아온 흑인들, 공동체에서 외면받는 장애인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온갖 형태의 억압과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일상을 들추어 보이며 약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러한 부조리의 피해자이자 목격자로서 포터가 던지는 삶과 존엄에 관한 질문들은 당대 미국 문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포터가 늘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작품만 쓴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등장인물 간 대화와 의식의 구획을 허무는 방식으로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했고, 이러한 시도는 포터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빛을 발했다. 포터는 1918년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무수한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에 걸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는데,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작 「창백한 말, 창백한 기수」와 「웨더롤 할머니가 버림받다」를 썼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인공을 덮쳐 오는 환각과 환청, 흔히 ‘주마등’이라 불리는 기억의 파노라마, 고통을 넘어서 황홀경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한 포터의 압도적 문장은 독자마저도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몰아넣으며 역설적으로 그 끝에서 삶의 본질을 마주하게 한다.
무명의 시기를 거쳐 문단의 스타이자 권위자로 인정받기까지 다섯 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이국땅을 전전하며 질병에 시달리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포터는 남부에서 보낸 고통스러웠던 유년 시절과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벗어나고자 평생 애썼으나, 한편으로 그러한 경험과 기억은 포터가 자신의 시대와 인간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고 당대의 현실을 세밀하게 포착해 낼 수 있는 중대한 토양을 제공했다. 또한 자신의 삶과 작품에 있어 더 넓은 곳으로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세상이 부여한 한계를 깨고 ‘여류 작가’라는 호칭마저 거부한 채 자신의 삶과 시대를 소설이라는 형태로 치열하게 기록했던 포터는 평생을 독립적인 직업인으로 살다가 말년에 동부 메릴랜드주에 정착해 남편도 자식도 없이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후인 1986년 미국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미국의 거장들American Masters]은 [캐서린 앤 포터: 기억의 눈Katherine Anne Porter: Eye of Memory]을 제작해 포터의 삶과 예술 세계를 기렸다.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세계문학 단편선]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장편소설 위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나라들의 대표적 단편 작가들도 활발히 소개해 단편소설의 발전이 문화의 중심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했는데 이러한 장르문학의 형성에도 단편소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장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단편 역시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편소설은 그리스 신화가 그러했듯이 삶의 불변하는 단면을 촌철살인의 관찰력과 응축된 예술적 형식으로 꾸준히 생산해 왔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린 칼로 베어 낸 듯 날카로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새로운 문학적 기법과 실험의 도입을 통해 단편소설은 현재도 계속 진화, 확장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정이 가장 뜨겁게 투영된 다양한 개성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통해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세계문학 단편선]은 중심을 잃지 않고 삶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01 어니스트 헤밍웨이|하창수 옮김
02 윌리엄 포크너|하창수 옮김
03 토마스 만|박종대 옮김
04 대실 해밋|변용란 옮김
05 데이먼 러니언|권영주 옮김
06 허버트 조지 웰스|최용준 옮김
07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김지현 옮김
08 오 헨리|고정아 옮김
09 기 드 모파상|최정수 옮김
10 대프니 듀 모리에|이상원 옮김
11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이난아 옮김
12 플래너리 오코너|고정아 옮김
13 몬터규 로즈 제임스|조호근 옮김
1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종인 옮김
15 윌리엄 트레버|이선혜 옮김16 잭 런던|고정아 옮김
17 허먼 멜빌|김훈 옮김
18 레이 브래드버리|조호근 옮김
19 제임스 서버|오세원 옮김
20 랭스턴 휴스|오세원 옮김
21 오에 겐자부로|박승애 옮김
22 레이먼드 챈들러|승영조 옮김
23 사키|김석희 옮김
24 그레이엄 그린|서창렬 옮김
25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조호근 옮김
26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이종인 옮김
27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하창수 옮김
28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2|하창수 옮김
29 알퐁스 도데|임희근 옮김
30 캐서린 앤 포터|김지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