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발굴은 불과 2~30여 년 전만 해도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소수의 전공자나 역사 연구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낯선 분야였다. 광복 이듬 해 국립박물관에서 경주 호우총 조사를 주관하면서 일본인이 독점하던 문화재 발굴을 우리 힘으로 진행하기 시작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웠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요즈음 전국적으로 매년 진행되는 유적 발굴이 2~3,000여건을 넘나들게 되었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새로운 유적과 중요한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오늘날 고고학이라는 학문과 발굴이 보통 사람들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천은 고고학과 유적 조사가 체계화되기 전부터 발굴이 시작된 곳이다. 비록 간단한 조사였지만 고인돌과 도요지, 패총 등 몇몇 유적이 땅속에서 나와 세상의 빛을 보았다. 인천에서 많은 유적?유물이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 부터였다. 물론 인천만의 일은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당시 문화재법 개정으로 일정 면적 이상의 땅을 개발 하려면 지표조사를 거쳐 유적이 발견될 경우 발굴 조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로 인해 유적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그로 인해 교과서의 내용이 바뀔 정도로 많은 유적?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은 인천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지역의 고고학적 성과를 가능한 쉽게 전달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전문적인 내용을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꾸며 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 2명의 필진이 전공에 따라 선사와 역사시대로 나누어 그동안 밝혀진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정리하였다. 선사시대는 일반적인 시대 구분법을 따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시대로 나누고 시대별 유적의 현황과 특징을 정리하였다. 역사 시대는 삼국~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대로 나누어 시기마다 가장 대표적인 주제를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보았다. 흔히들 인천은 역사적 깊이가 없는 도시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딛고 서있는 땅 밑에는 기록되지 않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숨겨져 있다. 역사책은 기록을 했던 사람들이 남기고 싶었던 것만 전하지만, 유적과 유물은 있던 그대로 남겨진 어제의 증거다. 이제 땅 속 인천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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