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차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세계 곳곳의 일상 속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차를 준비하는 방식이나 티타임과 관련된 절차, 관습 그리고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티타임을 더욱 우아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다구들, 다양한 티타임의 모습을 담고 있는 회화, 각 국의 대표적인 티룸들의 사진까지, 수많은 도판들이 눈을 호강하게 한다. 식사 대용으로 혹은 간식으로 차에 결들일 수 있는 다양한 티푸드의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어, 티타임에 관한 세계여행을 끝내고 일상에서 차를 즐겨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목차
서문 9
1장 영국 15
차를 마시기 시작한 초기 16
다구 20
티가든 26
섭정시대 28
애프터눈 티 29
5시의 티, ‘앳 홈’ 티, 티 리셉션 39
하이 티 44
너서리 티 53
컨트리 티 57
마을 축제와 학교 축제 티, 그리고 교회와 예배당 티 65
장례식 티 68
티를 위한 외출 71
티댄스(테 당상) 80
전시의 티타임 84
2장 유럽 95
네덜란드 95
독일 98
프랑스 101
아일랜드 115
이탈리아 121
폴란드 123
3장 미국 125
티파티 129
티를 위한 외출: 티룸, 백화점, 호텔, 티댄스 148
4장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165
캐나다 165
오스트레일리아 190
뉴질랜드 210
남아프리카공화국 228
5장 인도와 남아시아 233
라즈: 영국의 인도 통치 234
영국 식민지 이후 시대의 티 251
잠무와 카슈미르 262
파키스탄 264
방글라데시 265
스리랑카 266
6장 티로드와 실크로드 269
차마고도 271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 276
티로드 283
7장 중국, 일본, 한국, 타이완 293
중국 293
일본 306
한국 316
타이완 319
8장 그 밖의 세계 다른 나라들의 티타임 325
모로코와 북아프리카 325
아프리카 동부 329
인도네시아 329
남아메리카 330
요리법 333
차 음료 333
티타임에 어울리는 짭짤한 티푸드 339
달콤한 티푸드: 케이크와 페이스트리 348
미주 384
참고문헌 391
도판 출처 394
찾아보기 395
옮긴이 후기 411
저자소개
헬렌 세이버리 , 정서진
출판사리뷰
커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들고 있는 테이크아웃 종이컵, 혹은 사무실 책상 위 머그잔일 것이다. 반면 차tea는 어떨까? 작은 찻잔에 담긴 녹차의 색과 향을 음미하는 승려, 아니면 화려한 도자기 티포트와 찻잔 그리고 앙증맞은 케이크를 올려둔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유럽의 귀부인들이 떠오른다.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신다는 음료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커피와 차는 여러모로 다른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가리키는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가 일을 잠시 멈추고 쉬는 것을 의미한다면,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리키는 ‘티타임Tea time’이 의미하는 것은 보다 복잡하다. 티타임은 오후 네다섯 시쯤에 앙증맞은 샌드위치며 작은 케이크를 곁들여 차를 마시는 ‘애프터눈 티’를 가리키기도 하고, 아니면 이른 저녁에 속이 든든해지는 음식과 함께 차를 마시는 ‘하이 티’를 가리킬 수도 있다.
그러니까, 티타임 혹은 간단히 ‘티’라고 부르는 것은 차를 마시는 시간뿐만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 차를 보관하고 우리고 따르는 도구들, 함께 하는 사람들과 결합된, 하나의 문화다. 문화 현상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인데, 서구 각국의 티타임 문화 또한 같으면서 다르고, 차의 발상지 중국과 이웃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차 문화 또한 비슷하지만 다르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티타임―세계인이 차를 즐기는 법』에서 음식 역사학자이자 음식 전문 저술가 헬렌 세이버리Helen Saberi는 시간과 공간을 엮어내며 독자들을 티타임의 세계로 안내한다. 영국의 티타임으로 시작하지만, 저자는 마치 여행가이드처럼 세계 각국의 차와 다구, 티푸드와 다도 문화를 보여준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인도와 남아시아, 차가 전해진 티로드와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차를 마시는 전통이 남아 있는 전 세계 다른 지역들까지, 차의 색과 향만큼이나 다채로운 차 문화가 펼쳐진다.
이토록 흥미진진한 티타임들!
유럽에 처음 당도한 이후 오랫동안, 차는 상류층만 즐길 수 있는 값비싼 음료였다. 도자기 티포트에서 우린 차를 찻잔에 따라 마시며 ‘큐어릿’이라 불리는 3단 트레이에 놓인 샌드위치나 작은 케이크를 먹는 애프터눈 티, 그리고 좀 더 격식을 갖춘 티파티를 뜻하는 ‘티 리셉션’(오후 5시의 티 혹은 ‘앳 홈’ 티라고도 불린)은 사교모임이 일상이었던 상류층 문화로 티타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차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나서 정착한 ‘하이 티’는 진하게 우린 홍차를 고기류 음식과 함께 먹는 저녁식사를 가리키는데,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 가정의 문화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은 이때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방에서 편안하게 준비되는 너서리 티, 고인을 기리며 조문객들에게 제공된 장례식 티, 춤과 함께 즐기는 탱고 티, 샌드위치에서는 모래가 씹히고 차에는 말벌이 빠진다 해도 포기하지 못했던 피크닉 티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곳곳에 들어선 유명 티숍, 백화점과 호텔의 명소가 된 티룸으로 ‘차를 마시기 위한 외출’을 나가기도 했다.
때로는 문헌을 인용하며, 때로는 저자 자신과 지인들의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생생한 티타임의 순간들은 역사의 한 장면과 흥미진진하게 겹쳐진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처칠은 차가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차가 탄약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20세기 초 일어난 여성참정권 운동의 집결지는 차를 마시는 공간인 티룸이었다. 격동의 역사만 차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전장의 포화 속에서 마시는 차 한 잔, 길고 고된 여행 끝에 실크로드의 찻집에서 목을 축이는 차 한 잔, 혹은 눈보라 치는 북극을 탐험하던 이가 에스키모의 외딴 집에서 접대받은 차 한 잔에 이르기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만나는 차 한 잔은 차의 온기와 함께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음미하도록 이끈다.
차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티타임이 상류층의 사교행사로 자리매김하자, 차에 따르는 여러 다구가 각광받았다. 차를 보관하는 캐디, 캐디에서 차를 덜어 티포트에 넣을 때 사용하는 캐디 스푼, 찻잔에 떠다니는 차 티끌을 건져내는 데 쓰는 모트 스푼, 차를 우리는 티포트, 차에 탈 설탕과 우유를 담는 저그 등이 점점 더 화려해지면서 티파티 주최자인 여주인의 수준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 독일의 마이센, 영국의 웨지우드 등 지금까지 가장 값비싼 티웨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도자기 회사들이 유럽에 차가 유행하면서 설립되었다. 차의 발상지인 아시아에서도 다구는 중요한 차 문화의 하나로, 백자나 청자 다완과 찻잔이 만들어졌다. 티베트에서 버터티를 만들 때 필요한 교유기나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의 가정 필수품 사모바르처럼, 생활필수품으로 정착한 다구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바로 음식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던 시절 티타임의 추억을 꺼낸다.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돌아가며 모임을 주도하며 모두 자국의 요리를 내놓았는데, 가령 독일 여성들은 구겔후프와 토르테 같은 케이크를,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은 오픈 샌드위치와 페이스트리를, 영국 여성들은 크림과 잼을 곁들여 내는 스콘과 초콜릿 케이크, 티 샌드위치를, 미국 여성들은 엔젤 푸드 케이크와 딸기 쇼트케이크를 대접했고, 샤미 케밥과 볼라니, 파코라, 고쉬 이 필 같은 아프가니스탄 음식도 종종 만들었다고 한다. 이 음식들은 모두 차에 곁들이는 요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차의 종주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차 문화는 음식과 함께 발달했다. 중국에서는 딤섬이 티푸드로 정착해, 홍콩에서는 차찬텡이라 불리는 차 레스토랑에서 차와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정교한 다도 의식을 고안한 일본에서는 와가시(화과자)가 차에 곁들이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다식이라는 독특한 과자를 차를 마실 때 곁들인다. 차마고도 주변 국가에서도 차 문화가 발달했는데, 고지대의 추운 날씨 탓에 버터티 같은 열량 높은 차를 마시곤 한다. 특이하게도 미얀마에서는 차에 곁들일 뿐만 아니라 찻잎 자체를 절인 티푸드인 러펫이 있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세계 곳곳의 일상 속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차를 준비하는 방식이나 티타임과 관련된 절차, 관습 그리고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티타임을 더욱 우아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다구들, 다양한 티타임의 모습을 담고 있는 회화, 각 국의 대표적인 티룸들의 사진까지, 수많은 도판들이 눈을 호강하게 한다. 식사 대용으로 혹은 간식으로 차에 결들일 수 있는 다양한 티푸드의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어, 티타임에 관한 세계여행을 끝내고 일상에서 차를 즐겨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