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이름난 여성들의 흔적이
매몰되고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붓을 들다!”
나라를 다스린 여왕부터 주인의 원수를 갚은 충직한 충비까지
재주와 지혜, 공덕과 업적으로 능히 남성들을 압도했던 여성들 이야기
이 책은 일제강점기 문화운동가이자 언론인 청오(靑吾) 차상찬(車相瓚, 1887~1946)이 쓴 『해동염사(海東艶史)』를 현대인이 읽기 쉽게 풀어 옮긴 것이다. ‘해동(海東)’은 예전에 우리나라를 이르던 말이며 ‘염사(艶史)’는 여성의 역사를 뜻한다. 즉, 말 그대로 우리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열전 형식으로 엮은 책으로, 남다른 재능과 지혜, 의지로 이름났던 여성 인물들을 한데 모았다. 지금과는 매우 달랐던 시대 상황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잘 구현한 여성은 물론,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포부와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었다. 이를 통해 여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나아가 새로운 기대치와 요구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를 충실히 담아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교류와 생활상 등 예전 사회의 갖가지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이처럼 역사와 문학 방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녔으나 지금껏 구해 읽기 어려웠던 차상찬의 저작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목차
· 책머리에
· 『해동염사』 서문
제1편 - 후비, 여왕, 공주, 궁인
01. 해모수와 유화(柳花)의 기이한 인연
02. 주몽왕과 예씨(禮氏)
03.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비 알영(閼英)
04. 신라 문명왕후(文明王后) 김문희(金文姬)
05. 화희(禾姬)와 치희(雉姬)
06. 고구려 장발 미인 관나(貫那)
07. 고국천왕의 왕후 우씨(于氏)
08. 고구려 궁중 최고 미인, 산상왕의 경희소후(慶姬小后)
09. 가락국 수로왕의 아내 허황옥(許黃玉)
10. 서해 용녀, 고려 원창왕후(元昌王后)
11. 고려 태조 첫째 부인 신혜왕후(神惠王后) 유씨(柳氏)
12. 고려 태조 둘째 부인 장화왕후(莊和王后) 오씨(吳氏)
13.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
14. 평원공주(平原公主)와 바보 온달
15. 선화공주(善花公主)
16. 선덕여왕(善德女王)
17. 진덕여왕(眞德女王)
18. 원나라 세조의 후비 궁인 이씨(宮人李氏)
19. 명나라 영락제의 총희 권귀비(權貴妃)
20. 안평대군이 키운 열 명의 궁중 여인
21. 숙종대왕과 장희빈(張禧嬪)
제2편 - 이름난 부인들과 첩
01. 신숙주의 부인 윤씨(尹氏)
02. 허종·허침 형제의 누이 백세부인(百歲夫人)
03.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
04. 허난설헌(許蘭雪軒)
05. 소설헌(小雪軒) 허씨(許氏)
06. 양사언의 모친
07. 서약봉의 어머니, 눈먼 과부 이씨(李氏)
08. 유충홍의 부인 허씨(許氏)
09. 이정귀의 부인 권씨(權氏)
10. 반정의 여걸, 이귀의 딸 이예순(李禮順)
11. 규중의 참모, 이후재의 부인 조씨(趙氏)
12. 이기축의 부인 정씨(鄭氏)
13. 고려 윤관의 애첩, 여진의 곰미인
14. 양사기의 첩
15. 송상현의 애첩 한금섬(韓金蟾)
16. 조원의 첩, 시인 이옥봉(李玉峰)
17. 서기보의 첩 박죽서(朴竹西)
18. 김덕희의 첩 금원(錦園)
19. 김이양(金履陽)의 첩 김운초(金雲楚)
20. 김성달의 첩 이씨(李氏)
제3편 - 열녀, 정부, 효녀
01. 고조선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
02. 제후(際厚)와 백운(白雲)
03. 가실(嘉實)과 설씨(薛氏)
04. 신라 미인 도화랑(桃花娘)과 비형
05. 도미의 아내
06. 지리산녀(智異山女)
07. 〈봉황가(鳳皇歌)〉를 지은 안귀손의 부인 최씨(崔氏)
08. 강남덕의 어머니
09. 천고의 열녀 윤아랑(尹阿娘)
10. 신광철의 아내 심씨(沈氏)
11. 여장부의 복수, 파랑새와 개성 송씨(宋氏)
12. 유 문정공 집안의 충비(忠婢)
13. 호랑이를 때려 죽인 통천의 최씨(崔氏)
14. 맹인의 딸, 효녀 지은(知恩)
제4편 - 투기한 여성, 못생긴 여성
01. 애마를 베어 죽인 최 목사 부인
02. 여승이 되려 했던 김효성의 부인
03. 평양까지 쫓아간 조태억의 부인 심씨(沈氏)
04. 병사 김석진의 딸 창암(蒼巖)
05. 임란 의병장 김면의 부인
06. 평양의 못생긴 기녀와 박엽
제5편 - 이름난 기녀
01. 연자루와 명기 호호(好好)
02. 배극렴과 국기 설매(雪梅)
03. 강릉 기녀 홍장(紅粧)과 관찰사 박신
04. 영흥 명기 소춘풍(笑春風)
05. 장성 명기 노화(蘆花)와 노 어사
06. 개성 명기 황진이(黃眞伊)
07. 고경명과 공주 관아의 어린 기녀
08. 진주 명기 논개(論介)
09. 천고의 애원 춘천 기녀 계심(桂心)
10. 곡산 명기 매화(梅花)
11. 가산의 의로운 기녀 연홍(蓮紅)
12. 계월향(桂月香) 그리고 옥개(玉介)와 채란(彩鸞)
제6편 - 여성에 관한 전설, 민요, 괴담, 민담, 희담
01. 고구려 녹족부인(鹿足夫人)
02. 연오랑(延烏?)과 세오녀(細烏女)
03. 도선국사의 모친 최씨(崔氏)와 비둘기
04. 평강 처녀와 푸른 옷을 입은 동자
05. 강릉의 미인 연화(蓮花)
06. 목함 속 푸른 옷차림의 세 처녀
07. 박색의 춘향(春香)
08. 〈산유화가〉와 박향랑(朴香娘)
09. 〈쌍금노래〉와 홍도(紅桃) 남매
10. 〈송랑요(送郞謠)〉와 최경(最卿)
11. 어두운 밤의 소복 미인
12. 묘향산의 괴상한 여인
· 표제 인명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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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차상찬 , 조지형, 박가희
출판사리뷰
■ 차상찬과 『해동염사』
청오 차상찬은 일제강점기의 언론인이자 문필가로 문화운동의 선구자였으며, 지면으로 민중을 계몽하고 애국심을 고취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종합지 『개벽(開闢)』을 창간하였고, 그 밖에 『별건곤』, 『신여성』, 『학생』, 『어린이』 등 여러 잡지의 발행을 주도하며 주간 또는 기자로 활약하였다. 최근 그의 이름과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제45회 잡지의 날’을 맞아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기도 하였다.
차상찬은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 동안 정치가, 문장가, 음악가, 효녀, 충녀, 의녀 등 여성으로서 이름난 인물이 적지 않았음에도 이렇다 할 만한 여성 중심의 역사서가 없음에 유감을 표하였다. 그리하여 정사, 야사, 문집, 설화 등에서 여성에 관한 기록을 가려 뽑아 1937년 『해동염사』로 엮어 냈다.
차상찬의 『해동염사』는 우리나라 역사 속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보여 주며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저작이나 지금껏 접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20세기 초중반의 문예적 특성을 반영하여 국한문이 혼용된 고풍스러운 만연체로 쓰인 데다 책 전체에 한시, 한문 산문, 시가 작품들이 삽입되어 있어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았다. 이에 국어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역자들이 저술의 내용과 특성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휘를 풀어 쓰고 문장을 가다듬어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편한 독서물로 완성해 냈다. 이 책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며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 그 옛날 남달랐던 여성들
이 책에는 총 여섯 가지의 카테고리 아래, 남다름으로 기록된 80여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궁중의 여왕과 비빈부터 양반의 부인과 첩, 기녀, 민간 여성에 이르기까지 상하 전 계층의 여성들 이야기를 두루 다루고 있다. 그들 중에는 남성과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충실하게 수행한 여성도 있었고, 그 이상으로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기어이 목적을 이룬 여성들도 있었다. 재치 있는 시문으로 남성을 꾸짖은 명기, 가문을 일으켜 세운 눈먼 과부, 반정에 큰 공을 세운 단발 여승, 남편을 잡아간 호랑이를 때려 죽인 여인까지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지금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을 한 여성들도 있겠으나, 당시 여성에게는 많은 제약과 한계가 뒤따랐고, 여성에게는 특히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었던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 삶을 살고자 했던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성 인물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